[영덕·포항 별미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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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은 연중 음식맛을 가장 잃기 쉬운 철이다.

경북 동해안의 영덕과 포항지역에는 요즈음 대게와 과메기가 제철을 만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면 어린 자녀들도 봄방학에 들어간다. 은은한 향과 쫄깃쫄깃한 맛에 침이 저절로 넘어가는 영덕대게와 과메기를 찾아 별미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생활에 활력을 보태줄듯 싶다.

#영덕대게

조선조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품으로 축산항 죽도(경북 영덕군 축산면)가 영덕대게의 원조로 기록돼 있다. 해방 후에는 영덕군 강구항에 대게 통조림 가공공장이 생겨 강구항이 집산지가 됐다.

동해 바다 속에는 태백산맥과 마주 달리는 해양산맥이 있다. 이중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앞바다는 바위로 이루어져 벌이 전혀 없고 깨끗한 모래 뿐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왕돌짬' 이라고 부른다.

"왕돌짬은 다리가 길고 속살이 많으며 쫄깃쫄깃한 맛이 나는 대게의 서식지입니다. 국내에서 해양환경이 가장 적합한 곳이죠. "

울진 후포항과 구룡포항에서 경쟁적으로 대게 어획량을 늘리고 있지만 역사성 때문에 울진대게, 구룡포대게 는 영덕대게 의 명성에 밀리고 있다.

매일 아침 7~8시 강구항에는 대게 입찰이 벌어진다. 영덕대게중 상품으로 손꼽히는 것이 박달대게다.

살이 실하고 맛이 풍부한 박달대게는 1백마리당 2~3마리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다.

일반인에게는 똑같아 보이지만 경매시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생산량이 적어 1㎏짜리 상품가가 1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것이 흠이다.

대게는 차게 해서 먹어야 향내와 쫄깃하면서도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강구항은 몇년전 인기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히 영덕대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형식당도 줄지어 들어섰다. 지금은 관광객의 발길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래서 비교적 괜찮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강구항 부근에는 바닷내음 속에서 영덕대게를 시식할 수 있는 오밀조밀하고 맛깔나는 식당들이 많다. 1인당 5만~10만원이면 즐길 수 있다. 부둣가에서는 속이 꽉 찬 대게를 1마리당 3만~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홍게다. 대게보다 껍질이 딱딱하고 속이 허하며 색깔이 붉다.

뜨거울 때는 대게와 맛이 큰 차이가 없지만 차게 해서 먹을 경우 맛과 향에서 대게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길에서 팔려면 계속 쪄야한다. 때문에 맛과 속살이 다 빠져나가고 짜기만 하다.

영덕=성호준 기자

▨ 들러볼만한 곳… 보경사

포항에서 영덕으로 넘어오다 보면 내연산 품에 안긴 보경사가 있다. 동해안 최대 사찰로 입구에는 산채음식 식당이 많다. 그중 내연산 식당(054-261-9976)이 유명하다.

달콤한 호박전, 속이 실한 도토리묵, 푸짐한 산채무침이 일품. 꽁치김치도 한번 맛을 보면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숭늉은 잣.호두와 오곡이 들어있어 담백하다. 1인분에 1만원 미만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내연산 등산 코스는 7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 영덕대게

수심 2백~4백m 맑고 깊은 바다에 사는 대게는 2~3번 껍질을 벗으면서 성장해 15년정도 산다. 대(竹)게는 대나무처럼 마디진 다리를 가져 붙여진 이름이다. 꽃게와 마찬가지로 6~10월이 산란기이므로 11월~이듬해 5월말까지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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