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 혁명이후 이제는 생명공학이다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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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체지놈지도가 완성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가열되고 있다.

난치병 치료에서 맞춤형 인간까지 생체 바이오산업이 몰고올 파장은 인류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전망이다. 지놈혁명시대의 의미와 전망.대책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인간은 2를 골랐지만 조물주는 4를 선택했다."

인간이 창조한 디지털 정보가 0과 1의 이진법으로 구성된 반면 바이러스에서 인간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네가지 염기로 구성된 것을 빗댄 말이다.

인간 유전자의 염기는 모두 32억쌍. 인체지놈지도의 완성으로 99%까지 순서가 낱낱이 밝혀졌다. 키와 피부색 등 생물학적 특성을 모두 네가지 염기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노인성 치매는 1번 염색체, 지능지수는 6번 염색체' 식으로 특정 유전자가 인체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지놈지도 규명을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병든 유전자를 골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대신 삽입하는 기술을 통해 난치병을 거뜬히 치료할 수 있는 시대를 우리가 당대에 맞을 수 있다는 것.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맞춤형 인간의 출현도 예고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울산대 의대 생화학교실 송규영 교수는 "유전자가 1백%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유전학자들의 예측과 달리 질병발생 확률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고 말했다. 환경과 교육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골라내는 일도 남았다. 미국 국립보건원 김성진 박사는 "지놈지도를 완성한 결과 32억쌍의 염기 중 1%만 인체 내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유전자로 드러났다" 고 말했다.

99%를 솎아내고 1%를 가려내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것. 하지만 이같은 의학적 과제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열릴 황금열매를 향한 선진국들의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지난해 6월 인체지놈사업의 초안 완성과 함께 지놈의 숫자와 위치까지 알아내는 지놈지도 완성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겉으론 독일.프랑스 등 6개 국가의 다국적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있지만 미국과 영국이 95% 이상을 분석해냈기 때문이다.

지놈혁명이 주도하는 바이오산업은 연평균 3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0년엔 시장규모가 1천5백억달러(약 1백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놈지도 완성의 주역인 셀레라와 DNA칩 메이커 애파이메트릭스 등 미국의 생명공학벤처는 수십억달러의 시가총액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에 이어 차세대 핵심사업인 생명공학(BT)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며 "우리 같은 후발국가들은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지놈 관련 링크>

셀레라 제노믹스

국제 인간지놈계획

미 사이언스지

영 네이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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