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엔 국적이 없다 최고의 선수가 우승할 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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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호 22면

나스카(NASCAR)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를 남북으로 가르는 도로는 LPGA 블루바드다. 이 대로 옆에 위치한 LPGA 헤드쿼터 건물에 들어서니 안니카 소렌스탐과 장정, 미셸 위, 신지애, 폴라 크리머 등 LPGA 투어의 스타들이 대형 휘장 속에서 취재진을 반기고 있었다.

LPGA 창립 60년, 신임 커미셔너 마이크 완 인터뷰

신임 커미셔너 마이크 완(45)의 집무실 안에는 ‘커미셔너 전용’이라는 푯말이 있었다. 커미셔너 방에 커미셔너 전용 표지판이라니.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LPGA 사무국에서 일하는 변진형씨는 “‘총재가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면서 커미셔너가 전용 주차공간 표지판을 직접 떼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담당 직원인 마이크 스캔랜은 “권위적이던 전임 캐럴린 비벤스 커미셔너와는 상반된(unCarolynlike) 일들이 LPGA 사무국에서 많이 일어났다”면서 “정열적이고 현명한 신임 총재 덕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마이크 완을 LPGA 투어 사무국에서 인터뷰했다. 마이크 완은 윌슨과 테일러메이드 등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다.

-커미셔너로서의 리더십 철학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리더십이란 듣고(Listen), 배우고(Learn), 앞서 가는 것(Lead)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잘 듣고 배우는 기간이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커다란 귀와 작은 입으로 살 것이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

-LPGA 투어가 2010년으로 60년을 맞았다. 위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다. 60년 전인 1950년 LPGA가 처음 생길 때 설립자인 13명의 선수들은 여성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LPGA는 그 기회를 조금씩 넓히려 시도했다. 선구자적인 그들의 노력 덕에 여성 골프가 활성화됐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LPGA 투어에서 뛰기를 원하게 됐다. 지금 선수들은 창립자들과 같은 도전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선배에게 물려받은 투어보다 더 좋게,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위기를 넘을 수 있다. LPGA 투어 커미셔너로 내정된 후 설립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에게 조언을 듣고 있다.”

-60년 전 창립자들이 아직도 살아 있나.
“LPGA 창립자 루이 석스(87) 등은 아직도 혈기왕성하다. 석스가 나에게 처음 한 말은 ‘내 아이를 부탁해’라는 것이었다. 그는 농담이라고 얘기했지만 난 무척 흥미로웠고 그 말에 동감했다. 커미셔너가 되는 것은 부모가 되는 일과 같다. 나는 ‘LPGA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제대로 성장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창립자들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 만약 창립자들이 단순히 대회를 치르는 데 만족했다면 오늘날 LPGA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항상 발전을 원했다.”

-한국 선수를 포함한 비미국 선수가 우승을 너무 많이 해 본거지인 미국 내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뛰어난 브랜드는 당연히 글로벌로 가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모두 LPGA 투어에 있고 선수들은 전 세계에서 왔다. 팬들도 그것을 안다. 특정 지역의 선수가 우승할 때가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이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LPGA가 승리하는 것이다. 최고의 선수와 좋은 코스를 공급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보는가.
“15년 전 LPGA가 이렇게 글로벌화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도 미래는 불명확하다. 어디서 얼마나 대회를 하게 될지, 메이저 우승자가 어느 나라 선수가 될지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팬들과 스폰서들이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성장해야 한다. 미국은 LPGA 투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은 LPGA에 무엇인가.
“가장 먼저, 위대한 골퍼들을 공급하는 자원의 보고이다. 또 한국 팬은 LPGA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한국 팬들이 특별한 점은 선수들과 골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경기를 제대로 볼 줄 아는 팬들이다. 한국 같은 수준 높은 팬들이 일본과 멕시코에서도 생기고 있다. LPGA의 모든 장면을 세계가 보고 있다.”

-박세리가 너무 많은 아이들(박세리 키즈)을 LPGA 투어에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박세리는 한국뿐 아니라 LPGA에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선수다. 전 세계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LPGA에 온다는 메시지다. 박세리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신지애 같은 한국의 9세 소녀도 같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 짜릿한 사건들이 미래의 골퍼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신지애에게 박세리의 이름을 거론하면 얼굴에 미소가 생긴다. 그런 사람들이 변화를 만드는 개척자들이다. 박세리는 우리의 투어를 바꿨다. 더 좋은 선수가 뛰어야 좋은 투어다.”

-열정적이고 공격적이다.
“열정 없이 스포츠나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친구나 가족이 무슨 일을 설렁설렁하는 걸 보면 ‘열정이 없다면 다른 일을 하라’고 조언해주곤 한다. 나는 취미로 골프도 했지만 풋볼(미식풋볼)과 야구 선수를 하며 자랐다. 가장 열심히 한 건 풋볼이었고 나의 포지션은 쿼터백이었다. 운동 능력으로 보면 나는 대단치 않았다. 공을 가지고 뛸 만큼 빠르지 않았고 리시버가 될 만큼 키가 크지도 않았다. 라인맨이 될 정도로 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게임을 이해하고 적당한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데는 괜찮았다.”

-골프와 풋볼의 공통점이 있나.
“골프는 개인 스포츠이고 풋볼은 팀 스포츠다. 그러나 커미셔너로서 나는 선수·스폰서·언론·사무국 등과 힘을 합쳐 팀 스포츠를 한다고 여긴다. 내가 했던 풋볼의 쿼터백처럼 가장 적당한 시기에 가장 적당한 사람에게 공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에 대한 인연은.
“학창시절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잔디를 깎았다. 그 대가로 오후에 골프를 공짜로 쳤다. 골프를 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 일어나 잔디를 깎았던 것처럼 LPGA 커미셔너 제의를 받았을 때도 눈이 번쩍 뜨였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인생의 레슨이라고 여긴다. 선조가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대학 시절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아버지와 2주간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남자 스포츠의 1등 선수는 대부분 남성적인 매력이 있지만, 여성 스포츠의 최고 선수가 여성적인 매력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그 스포츠의 인기가 추락한다는 분석이 있다. LPGA도 그런 위험이 있는가.
“스포츠에서 외모의 중요성은 과장됐다고 본다. 존 댈리가 잘생겨서 팬들이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독특한 인성이 팬을 부르는 것이다. 결코 선수의 사이즈나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팬들은 내면을 보고 싶어한다. 골프에서는 그 내면이 위기에서, 우승을 했을 때 등에서 나타난다. LPGA 투어에는 20대의 개성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주 많이 있다.”

-아시아 선수는 서양 선수보다 내면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 개성을 인정한다. 조그만 일에도 매우 즐거워하는 선수도 있고 큰일에도 무덤덤한 선수가 있다. 팬들도 좋아하는 선수가 다를 것이다. 신지애를 예로 들어보자. 커미셔너가 되기 전 휴스턴에서 열린 투어 챔피언십에 갔다가 신지애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난하게 자란 데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신지애는 매우 열정적이었고 겸손했으며 진실했다. 그의 성장 스토리는 매우 감동적이어서 내가 신지애의 아버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얘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신지애는 나의 아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선수에 대해 더 알려주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지난 시즌부터 9번 홀이 끝나고 나서 일부 선수를 인터뷰하는 ‘앳 더 턴(AT THE TURN)’ 인터뷰, 경기 중 원하는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채우는 마이크 덥(MIKE DUB) 등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경기가 없는 날 선수들의 생활을 볼 수 있도록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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