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신지역주의] 1. 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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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12월초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의 중앙역 주변 가리발디 거리.

낡은 건물에 분위기도 침침하다.멋진 쇼핑몰과 명품 상점이 즐비하던 밀라노등 북부지역의 밝은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북부와 남부의 경제력 차에 의한 지역갈등. 이때문에 분리독립이야기 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이탈리아의 남북간 차가 그대로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통계나 다른 설명이 필요없었다.

이탈리아 하원의원인 이사이아 살레스는 “눈에 보듯 G7(선진 7개국)국가임에도 이탈리아는 지역별 경제력 차가 가장 심한 나라다.이때문에 지역간 갈등이 매우 심각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통계는 이탈리아 남부의 캄파니아·칼라브리아·시칠리아·사르데냐주를 EU내 1백59개 지역 중 가장 가난한 10개 지역으로 분류해놓았다.

반면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롬바르디아와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 등 북부의 두 지역은 EU에서 가장 부유한 10개 지역에 포함된다.

북부와 남부지역의 GDP 차도 4배가 넘는다.또 남부의 실업률은 북부의 두배며 남부의 청년실업율은 60%를 넘는다.

“이런 모습만이 계속된다면 이탈리아는 미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인도 정치인도 가장 큰 문제가 경제문제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50년대 부터 경제력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방정부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외자유치에 나서는 방식이었다”고 로베르토 카스톨리 상원의원은 말했다.

이에따라 남부 지역에 적극적인 외자 유치노력이 이뤄졌다.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남부와 북부의 경제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을 적극화했다.

이결과 95년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조이아타우로 항구 등 1백여 곳이 산업특별지역으로 지정돼 외자유치에 적극 나섰다.중앙정부는 산업기반 시설등을 제공하고 세제혜택등을 제공해주는 대신 개입은 삼가해 사업은 지방정부가 지역특색에 맞게 책임지고 주도했다

그결과 97년부터 서서히 남부의 경제력 향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홍콩의 에버그린그룹이 타란토 항구에,일본 혼다가 아부로소주에,독일의 보쉬(BOSH)가 바리에,미국 톰슨사가 시칠리아주 카타냐에 투자하는등 외국투자가 줄을 이었다.

살레스 의원은 “유럽통합으로 국가 기능이 약화되면서 지역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하고 “이 방향으로 나선 이탈리아 남부의 실험이 이젠 지역 단위의 글로벌 활동으로 외자를 유치해 살 길을 찾는 유럽의 갈길을 제시해 주게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99년 이탈리아 국가통계청 발표는 98년 한해동안 남부 경제는 외자 유치에 힙입어 10년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고 있다.실업률도 전년 25%에서 23%로 줄었고 남부 생산률도 북부 생산률보다 0.5%가 높았다.

전후(戰後)처음이었으며 지역의 글로벌화가 성공하고 있슴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역갈등을 유발한 남부의 경제문제는 지역이 직접 해외투자를 유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북부 공업지대에 노동자를 공급했던 남부는 북부가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해 부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북부는 자신이 낸 세금을 가난한 농업지대인 남부에 빼앗긴다고 여겼던 불만도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살레스 의원은 말했다.

한때 북부의 분리독립을 주장했던 북부동맹의 로베르토 카스텔리 상원의원도 “북부자본은 인접국만 중시했지만 외국자본은 지중해의 중앙이라는 남부지역의 경제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살레스 의원은 “유럽 통합이 더욱 진전하고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 남부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경제난만 해결되면 지역갈등도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채인택 ·예영준 ·조강수 ·이상언 기자

베를린=유재식,파리=이훈범 특파원

협찬=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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