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셋 중 하나는 회계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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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분식회계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 감사보고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를 사후 검증하는 감리 업무를 맡는 금융감독원은 국내 기업들이 자산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것은 다반사고, 판매대금을 받고도 회수하지 못한 것처럼 매출채권에 올리는 등 금방 드러날 거짓말로 꾸민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 건설회사에 대한 감리에선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철거 건물을 자본으로 처리해 이익을 늘린 일도 드러났다.

◇ 세곳 중 한곳이 분식〓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금감원이 기업 감사보고서를 감리한 결과 총 1천3백98개사 중 5백24개사가 분식회계를 했다가 적발됐다.

비율로는 34.6%, 우리나라 기업 세곳 중 하나꼴로 분식회계를 한 셈이다.

감리가 강화된 98년 이후 분식 적발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외환위기가 닥친 98년 이후 2000년까지 감리를 실시한 기업 2백69개 중 72.1%인 1백94개사가 분식으로 적발됐다.

분식 혐의가 명백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리가 많아진 탓이지만 일반감리에서도 장부를 허위로 꾸민 기업 비율은 90~97년의 22.1%에서 31.0%로 많아졌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경기가 부진하자 대출이나 증자 등을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장부 조작을 동원한 것" 이라고 해석했다.

◇ 감리는 제대로 하나〓99년 2월 금감원은 대우통신에 대한 감리 결과 대우통신이 97년도 당기순이익을 2백80억원 이상 많이 계상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뒤 대우그룹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대우통신의 분식액수는 4천억원으로 드러났다. 웬만한 감리로는 장부 조작을 잡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감리한 뒤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

지난 11년 동안 검찰에 고발된 공인회계사는 92년에 3명, 대우그룹 특별감리가 있었던 지난해 4명 등 7명뿐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고발이 거의 없었던 것은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어려웠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 방지책은 있나〓국회에 제출돼 있는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에 대해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주식회사 외부감사법이 개정되면 분식 사실이 금감원 홈페이지에 2년 동안 오르게 된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말 관련 규정을 고쳐 공인회계사에게 허위 자료를 제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사람은 수사당국에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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