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우인터 인수전 뛰어든 롯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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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이 재미있어졌다. 포스코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롯데그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우파트너스컨소시엄(DPC) 등 다른 참가자도 있긴 하지만 업계에선 포스코·롯데의 경쟁에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포스코의 자산총액은 49조620억원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빼면 재계 5위다. 롯데(48조8900억원)는 근소한 차로 6위였다. 하지만 롯데가 올 들어 바이더웨이(인수가격 2740억원)와 GS마트·백화점(인수가격 약 1조3000억원)을 인수하면서 순위가 뒤집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8852억원이다. 누가 이 회사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5위 싸움의 결과가 갈릴 수 있다. ‘실탄’은 양쪽 다 만만치 않다. 포스코는 각종 인수합병(M&A)에 쓰기 위해 3조원을 마련해 둔 상태다. 외부 조달도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3조5000억원의 사내 유보금을 쌓았다. 그간 GS마트·백화점 등을 인수하긴 했지만 상당액은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외부 조달이 가능하다.

롯데는 계열사 중에 무역업체인 롯데상사가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향서도 이 회사 명의로 냈다. 하지만 롯데상사가 혼자 힘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다고 보긴 힘들다. 롯데상사는 지난해 7470억원의 매출을 올려 1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합성수지와 식품원료 등 롯데 계열사의 수출입을 대행하는 것이 주 업무다. 인수 대상인 대우인터내셔널(지난해 매출액 11조1480억원, 영업이익 1713억원)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그간 롯데그룹은 왕성한 ‘식욕’을 보여왔다. 2000년대 들어 성사시킨 주요 M&A만 20여 건이다. 올해 2건의 대형 M&A를 한 것 외에 지난해에도 소주업체인 두산주류BG와 중국의 대형마트 체인인 중국타임스를 사들였다.

롯데의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참여는 신동빈 부회장이 주도한 이른바 ‘비전 2018’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3월 롯데는 2018년에 매출 200조원을 올려 아시아 10대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덩치를 키우려면 그간 내수 위주의 사업을 펼쳤던 유통·식품 같은 사업구조만으론 불가능하다. 롯데백화점과 마트·카드 등의 계열사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존 사업 외에 새 성장동력도 찾아야 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은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데다 롯데에 비해 자원개발 노하우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지분 24%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07년 대한화재를 인수해 롯데손해보험을 만들었다. 생명보험 업종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는 “교보생명 지분과 이번 인수 참여는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현재까지 인수에 더 적극적인 쪽은 포스코다. 정준양 회장까지 공개적으로 나선 상태다. 롯데는 좀 신중한 태도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일단 들여다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선하·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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