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매력 있단 말이 더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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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한국과 일본의 신세대 스타인 조인성(右)과 쓰마부키는 양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에 공감했다. 정치보다 문화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를 잇는 일본의 차세대 '꽃미남' 스타 쓰마부키 사토시(24.妻夫木聰). 영화.TV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그는 수중발레에 빠진 남자 고교생들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워터 보이즈', 올 부산영화제에 출품된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69', 그리고 케이블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런치의 여왕''속도위반결혼'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아이돌 스타다.

그가 주연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29일 국내 개봉한다.

쓰마부키와 한국의 '꽃미남'스타 조인성(23)이 지난 20일 만났다. 조인성도 그가 주연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일본 방영(TBS.11월)을 앞두고 있다.

▶ 쓰마부키=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전부터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재일동포 친구도 있고 한국요리도 좋아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왔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이지만 한국 영화.드라마를 보면 한국인의 성격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다. 배용준.장동건이 그렇다. 그들의 연기에는 뜨거움과 날카로움, 강인함이 녹아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는 우러나는 맛이 있고, 그래서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 조인성=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바라보는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팬 미팅을 해도 일본.대만에서 온 팬들이 꼭 몇 명씩은 참석한다. 그렇다고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없어진 건 아니다. 한국 젊은이 중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한 편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 어떤 드라마 PD들은 "이런 느낌이 좋더라"며 일본 드라마를 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두 문화가 서로 섞이면서 두 나라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가 못하는 일을 대중문화가 하는 셈이다. 연기자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 쓰마부키=아시아에서 한류 바람이 센 것은 한국인의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지나칠 정도로 일본만 파고드는 편이다. 연기자도 그렇다. 한국 배우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세계진출을 모색하는 것 같다.

▶ 조인성=해외진출의 형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작품에 출연하는 게 과연 최선인지 의문이다. 의사 소통은 둘째치고, 외국어로 연기할 때 제대로 감정을 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보다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그래서 외국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게 진정한 해외진출이 아닐까 싶다.

▶ 쓰마부키=남들은 '꽃미남, 꽃미남' 하는데 한 번도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그동안 미남 역할뿐 아니라 외모상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도 많이 맡았다.

▶ 조인성='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이 불리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선 잘생겼다는 이유로 깎아내리는 독특한 풍토가 있다. 할리우드에서 브래드 피트나 키아누 리브스가 잘 생겼다고 배우의 자질을 문제삼은 적이 있었나. 핵심은 "잘생겼다""못생겼다"가 아니다. 얼마나 매력있는 배우로 남느냐는 것이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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