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좋다] 이태일 충북개발연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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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토연구원 등 서울에서의 20년 연구생활을 뒤로 하고 청주로 내려온 지 벌써 9개월째다.중앙무대를 떠난다는 아쉬움,연고없는 지방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만족과 보람 그 자체였다.

10분밖에 안되는 출퇴근시간,말끔한 도시환경,조금만 나가면 펼쳐지는 자연풍치와 맑은 공기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일 자체도 즐겁다.

서울에서의 일들이 뜬구름 잡듯 크고 개괄적이라면 지방에서의 일은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집행 가능성이 중시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단기간 내에 직접 볼 수도 있다.이는 연구자의 커다란 보람이거니와 연봉감소에도 불구하고 초빙에 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평소 지방의 발전 모델을 제시하거나 지켜보고 싶던 터에 이원종(李元鐘)지사의 제의를 받고 흔쾌히 지방행을 택했다.

서울서 막연히 생각했던 지방과 ‘실체’로서의 지방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중앙에서 보면 그저 작은 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실체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되는,만만치 않은 국토개발의 현장이다.

곳곳에서 개발과 성장의 열기가 뜨겁고 지역발전을 향한 의지가 생생히 꿈틀거림을 볼 수 있다.특히 이곳에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

중앙에서 대수롭지 않게 다뤄지는 것들이 현지에서는 지역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중앙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각지방의 현실에 대해 신중하고도 충분한 고려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서울로,말은 제주로’라는 옛말도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서울을 선호하지만 상당수가 거대한 조직 또는 사회 속에서 기계부품처럼 일생을 보내기 십상이다.

진정 용기와 야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방에서 그 지역사회의 ‘주역’으로서 뜻을 펼쳐 볼 만하다는 게 요즘 갖는 생각이다.

이제 글로벌 시대다.하지만 세계 속의 경쟁력 원천은 지방에서 생성돼야 한다.지방의 산업이 활성화되고 환경이 보전되며 지방주민들의 복지가 증대될 때 비로소 국가 전체의 삶의 질이 제고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위해 선출직 단체장들이 열정을 가까이 지켜보며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는 것도 지방에 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李兌一 <충북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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