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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운명' 갈림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압두라만 와히드(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결정할 '운명의 날' 이 다가왔다.

인도네시아 의회(NPR)는 1일 와히드의 2대 금융 스캔들에 대한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이 특위가 제출한 보고서를 10개 정파에 전달한 이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31일 "특위 보고서는 와히드 대통령이 브루나이게이트와 불록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고 보도했다.

브루나이게이트는 와히드가 브루나이 국왕에게 받은 돈을 착복했다는 스캔들이고 불록게이트는 와히드의 안마사가 조달청에서 공금을 챙긴 사건이다.

와히드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의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와히드는 반부패법 위반으로 탄핵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와히드는 31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의 자택에서 군.경 수뇌와 비상 대책회의를 연 뒤 언론에 "메가와티의 도움을 요청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가와티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메가와티는 제1당인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을 이끌고 있어 와히드의 운명을 결정할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지만 와히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32년간 철권 통치를 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 원내 제2당인 골카르당은 와히드를 탄핵한다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와히드가 소속된 소수정파인 국민각성당(PKB)은 지난해 9월부터 의원 50명이 주도한 특위의 조사과정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 고 주장하며 "조사 결과 자체가 무효" 라는 입장이다.

의회 내 정파들이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와히드의 운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만일 의회가 와히드의 비리를 밝힌 특위 보고서를 받아들일 경우 의회는 절차에 따라 와히드에게 질의서를 보내 소명을 듣게 된다.

해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인도네시아의 최고 의결기구인 국민협의회(MPR)가 소집되고 여기에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될 수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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