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디플레이션 끝났다" 일본은행, 29일 공식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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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일본은행은 29일 공표하는 '경제.물가 정세의 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가 0.1% 전후로 상승할 것'이라는 공식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은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1997년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일본은행이 물가 전망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했다고 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제시된 소비자물가지수 중기 전망치는 앞으로 일본 정부의 금융정책에 기본자료로 쓰인다.

이 신문은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국내 경기가 계속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 같은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일본 경제가 드디어 디플레이션에서 확실히 벗어나는 단계에 들어갔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현재는 일본 경제가 석유 및 소재 가격의 상승분을 임시직 고용 확대와 생산설비 고도화 등으로 흡수하고 있으나 내년 후반부터는 임금 상승 등 전반적인 경기 회복 추세가 소비자 물가의 상승 기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뉴스 분석] "생산·소비 증가 따른 물가 상승" 경기 회복에 강한 자신감 표출

일본은행이 내년 소비자 물가가 8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던 '잃어버린 10년'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지만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떠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디플레이션 때문이었다.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내수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기업 실적호전도 오래갈 수 없다. 다시 투자 감소와 경기 하락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천명키로 한 것은 최근의 경기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2000년의 반짝 회복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일본은행은 최근 조사에서 생산과 소비의 활발한 증가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경제가 지난 10년간 묵묵히 구조조정 및 신기술 개발에 몰두해 온 결실이기도 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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