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의 한국전쟁 이야기" 이시형 박사,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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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경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이시형(70.(左))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한국전쟁에 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살 위인 그의 형 고(故) 이돈형(右)씨는 학도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했고, 자신은 형에게서 전쟁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 소장은 형제가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를 묶어 '어떻게 지킨 조국인데'(풀잎)란 책을 냈다. 그는 21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KT빌딩 20층 바이킹 뷔페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또 형이 몸 담았던 포병들의 모임인 포우회에 책을 헌정한다.

책은 이 소장이 형에게 권유해 쓰게 됐다. 내용의 대부분은 형이 겪은 전쟁 이야기이지만 중간중간 형을 면회가면서 전쟁터와 부대에서 이 소장이 보고 들었던 것도 들어 있다. 면회가다가 가두 모병에 걸렸지만 나이가 어리다 해서 빠졌던 일화도 있다.

이 소장의 형은 1950년 8월 학도병으로 지원해 대구 포병사령부에 배속됐으며, 1.4후퇴 때 철원지역에서 첫 전투를 치렀다. 수도고지 전투와 금성돌출부 전투 등 한국전의 치열했던 전투에 참여했다. 전쟁 중에 포병 간부후보생 교육을 받은 형은 제6포병단 창설에 참여하는 등 군 생활을 계속하다 64년 대위로 예편했다. 그 뒤 미국 회사에서 일자리를 잡고 미국에서 생활했다.

원고를 거의 완성해갈 무렵인 올 7월 형이 갑자기 별세했다. 그래서 이 소장이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

이 소장은 책 말미에서 "형은 전쟁과 가난 등 혹독한 세월을 잘 견뎌온 역전의 용사였다"라며 "대구에 있는 선산에서 '미국에 묻힐 거냐'고 묻자 '어떻게 지킨 조국인데'라고 말하던 형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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