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필리핀 '피플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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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필리핀에서는 제2의 '피플 혁명'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국 긴장이 고조되자 필리핀 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으며 시위대 수가 대학생들을 포함해 20여만명으로 늘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 반대파인 에르네스토 에레라 하원의원은 "결국 군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고 말해 긴장을 고조시켰고,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도 "민.군 비밀조직 결성 계획을 알고 있지만 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고 밝혔다.

하지만 올란도 메르카도 국방장관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은 시위대 결집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곳곳에 배치하는 동시에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등 주요 반대파 인사들에게 반란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여전히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빈곤층들은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와 불과 5백m 떨어진 곳에서 퇴진운동 반대 집회를 열어 두 세력간의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또 항구 노동자 등 1천여명의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병력의 말라카낭 궁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멘디올라 다리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줄곧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해 온 하이메 신 추기경은 "대통령이 빈곤층들을 조종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실제로 일부 에스트라다 지지 시위대들은 필리핀 GMA-7 TV와의 인터뷰에서 "시위 내용은 잘 모르지만 1백~2백페소를 준다기에 시위에 참가했다" 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열성 지지자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만이 우리를 존중해준다" 며 변치 않는 충성심을 내비쳤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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