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통합 민의’ 거스른 청원군의회의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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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두 번 자율통합이 좌절된 청주시와 청원군민들은 이번에 통합의 열망이 뜨거웠다. 청주시를 도넛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 주민은 생활에 불편이 많다. 통합만이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25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도 약속해 이를 활용하면 지역 발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표출됐다. 17일 찬성을 의결한 고용길 청주시의회 의장은 “지역의 행정구역통합은 80만 명의 청주·청원 주민이 잘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청원군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5%를 넘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 세 차례나 충북을 방문해 통합을 호소했다. 정우택 충북지사와 지역 사회·시민단체도 여러 차례 통합을 촉구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 입장에 섰다.

하지만 청원군의회는 민의를 역주행했다. 단 한 번도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충청대 남기헌(행정학) 교수는 “주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의회가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청주·청원 통합군민추진위윈회 관계자는 “청원보다 규모가 큰 청주에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통합을 반대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성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선거에서 청원군의원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발전과 주민의 바람을 모르쇠로 일관한 군의원들을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김방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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