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20일 700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KBS1-TV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20일로 방영 700회를 맞았다. 1990년 9월 '소문난 사람들'편으로 첫 방송된 이래 만 14년 동안 농촌을 배경으로 잔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2002년 12월 '전원일기'(MBC)가 1088회로 막을 내린 뒤 유일하게 남은 농촌 드라마다. 시청률 15~17%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대추나무 …'의 방송 시간은 무려 645시간50분. 녹화된 테이프 길이만 231㎞에 달한다. 그 역사의 산증인은 첫 회부터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대본을 써온 양근승(69) 작가다. 양 작가는 96년엔 아예 집을 경기도 양평으로 옮기고 농촌생활을 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양 작가는 "농사를 지어봤자 빚만 늘어가는 각박한 농촌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꿈과 희망을 담은 농촌 드라마를 쓰려니 그 괴리 때문에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농촌문제 해결소가 아니지 않느냐"며 "농민의 편에서 농민을 위로하고, 또 도시 사람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4년 세월의 길이만큼이나 '대추나무 …'의 변화도 많았다. 처음 촬영장소로 사용했던 경기도 김포 신곡리가 잇따른 개발로 더는 농촌 분위기를 내기 어려워지자 98년에는 인천시 강화군 용포리로, 2001년에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호암마을로 촬영지를 바꿨다.

연기자도 촬영장소가 바뀔 때마다 대폭 물갈이됐다. '황 놀부' 김상순을 중심으로 서승현.김인문.전원주.노현희 등이 출연한 1기에 이어 김무생.남능미.박인환.박혜숙.조재현 등이 2기 '대추나무 …'를 이끌었으며, 현재는 3기 김성겸.백일섭.윤미라.심양홍.송채환 등이 출연하고 있다. 1기 멤버였던 고현정은 92년 '대추나무…'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거쳐간 연출자만 해도 고성원 PD를 시작으로 조연출까지 합해 27명에 달한다.

20일 오후 7시30분 방영되는 700회 특집은 마을 사람들이 군민노래자랑 예선을 치르는 모습을 담은 '먹쇠의 하늘'편으로 꾸민다. 가수 유현상이 특별출연하고 '대추나무 …'연기자들이 노래솜씨를 뽐낸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