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앞 벽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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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침마다 벽화 옆을 지나게 돼 찜찜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 "욕설 장면이라고 무조건 저급한 것은 아니듯이 이 벽화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맞은 편에 그려진 대형 벽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너비 60m, 높이 5m의 벽화 가운데 한 남자가 자신의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미국식으로 욕을 하는 장면이다(사진).

이 벽화는 서울YMCA가 지역 주민, 연세대.이화여대 학생들과 함께 도시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 지난해 10월 공개했다.

신촌 거리모습, 서민 생활상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회사원 정모(28.여)씨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혐오감으로 아예 눈을 돌린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대생 김경호(21)씨는 "과감한 표현이 맘에 든다" 며 "신촌 분위기를 잘 나타낸 것 같다" 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벽화미술가 김순아씨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벽화를 그릴 경우 보통 시민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서대문구는 이 벽화에 대해 민원이 꾸준하게 접수되자 서울 YMCA측에 이달 20일까지 벽화 내용을 수정할 것을 통보했다.

YMCA 관계자는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 중" 이라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작업이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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