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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서 우수교 선정 '논산 대건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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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충남 논산시 등화동 대건고 1학년 유진혁(柳珍赫.17)군은 지난 한해 동안 매월 한번 토요일에 실시되는 클럽활동을 서울 방배동 요리학원에서 했다.

요리사가 꿈인 柳군은 전체 56개 클럽활동 가운데 국제요리를 택했지만 교내 교육이 불가능해 전문학원에 다닌 것. 학원비.교통비는 柳군 부담이었다.

전교생 9백91명 가운데 요리를 택한 학생은 柳군뿐이었으나 학교측은 다른 활동을 권하지 않고 서울 학원을 소개해줬다.

이같은 대건고의 색다른 교육방법과 학교운영 실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정을 받아 세계 여러나라에 소개됐다.

OECD 교육분과위원회가 학습동기 부여, 제도 개발 등 회원국의 교육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1999년부터 2년에 걸쳐 일본.영국.덴마크.노르웨이 등 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사를 거쳐 우수고교 3개씩을 선정한 결과 대건고가 우리나라의 인문고 우수사례로 포함된 것. 실업계 고교는 수원농생명과학고가, 대안학교는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가 뽑혔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46년 설립한 대건고가 현재와 같은 교육 방식을 택한 것은 95년. 강석준(姜錫俊.48.신부)교장이 취임하면서 인성교육과 눈높이 교육을 강화했다.

주 5일제 수업으로 바꾸고 매주 토요일은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해 클럽활동.인성교육.학급활동 등을 실시했다.

인성교육 시간은 학생 10여명씩 팀을 구성, 지도교사 1명과 대화를 갖거나 영화감상.성교육.전통놀이 등 30여가지의 심성계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또 98년부터 1, 2학년에 한해 영어과목은 '무학년제' 를 도입했다. 1, 2학년 과정을 8단계로 나눠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되 그렇지 못한 학생은 후배와 함께 배워야 한다.

이와 함께 토론과 실험이 요구되는 사회와 과학 과목은 2시간 연속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2학년 안치성(18)군은 "교육방식이 다른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 이라며 "학교 다니는 것이 즐겁고 공부도 잘된다" 고 말했다.

그 결과 학업 성과도 높아져 99년 졸업생 3백57명 가운데 3백46명이 4년제 대학에 응시, 94%가 합격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 99년 신입생중 서울.대전 등 타지 학생 비율이 44%에 달했다.

논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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