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탁장사' 체험놀이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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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원도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양양 하조대 네거리 신호등에서 왼쪽으로 난 418번 지방도를 따라 30여분 차를 몰다보면 3면이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마을이 나타난다.

장작더미가 담장을 대신하고 모락모락 장작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이 마치 시골 고향마을을 찾은 듯한 느낌을 들게한다.다만 띄엄띄엄 적벽돌로 새로 지은 양옥만이 새천년을 실감나게 한다.

맑은 계곡물에 물고기가 넘치고(魚), 백두대간 한가운데 자리잡아 마치 성을 연상케 하며(城),깊은 산자락에 겨우 붙어 있는 손바닥만한 밭뙈기(田)들이 띄엄띄엄 널려져 있는 곳.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魚城田)2리가 바로 그 곳이다.

44가구 1백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서는 요즘 예부터 전해오는 卓장사에 얽힌 이야기를 민속놀이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卓장사 이야기의 무대는 조선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다.

전국에서 궁궐 대들보 등으로 사용할 품질좋은 목재를 구하면서 당시 강릉군과 양양군의 경계에 있던 어성전 2리 뒷산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정했다. 이에 두 지역 주민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서로 자기 마을 나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한동안의 대립 끝에 소나무의 주인을 가리는 행사를 갖자고 합의한다. 소나무 위 아래에 각각 끈을 매단 뒤 나무를 베는 순간 쓰러지는 방향의 주민들이 주인이 되기로 정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나무는 경계선에 쓰러져 승부가 나지 않는다.이에 두마을 주민들은 마을대표 장사를 한명씩 선발해 나무를 지게에 짊어지고 나르는 마을이 주인이 되기로 한다.

강릉에서는 權장사가, 양양에서는 卓구삼이라는 장사가 나와 승부를 벌여 卓장사가 승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기념해 어성전 2리 주민들은 이 이야기를 卓장사 전설놀이로 각색해 매년 이 행사를 재현하고 있다.

이 마을 최관집(崔寬集 ·62)씨는 “어릴 적 어른들은 정월 대보름날 마을 한복판에 모여 통나무 넘어뜨리기와 탁장사 지게지기,지게에 통나무 싣고 비석치기 등의 놀이를 했었다”며 “지게지기에서 우승한 장정에게는 탁장사 후계자의 명칭과 함께 농주 한 말이 부상으로 주어졌다”고 회상했다.

卓장사 후계자는 이 마을에서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처녀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됐었다고 한다.

卓장사 놀이는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 내려오다 이농(移農)현상으로 농촌 총각이 하나 둘씩 도회지로 떠나면서 중단됐다.

노인들이 주축이 돼 양양군청에서 주관하는 현산문화제와 송이축제에서 이 놀이를 재현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 마을 임순영(林淳榮 ·50)이장 등 30∼50대 주민들이 탁장사 놀이 맥잇기에 나서고 있다.‘양양 탁장사의 겨울나기’라는 이색 관광 상품까지 개발해 이 놀이를 전국에 알리기까지 한다.

지난 6,7일 이틀동안 벌어진 이 행사에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고 1백여명의 외지인까지 참가했다.13,14일 한차례 이 행사를 더 갖는다.

林이장은 “중장년 주민만으로 조상들이 독창적으로 만든 민속놀이의 맥을 잇는 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양양=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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