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게임에서 정석 투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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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 헤지펀드 시장이 올 들어 1000조원대에 달했다. 일부 갑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가세하는 등 투자 주체와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는 기업공개도 추진 중이다. 세계적인 초저금리가 헤지펀드의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의 최근 보고서는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헤지펀드 수는 네배 증가한 8000여개, 운용자산은 20배 급증한 817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뮤추얼 펀드의 운용자산은 6~7배 늘어난 것에 그쳤다. JP모건은 2008년엔 헤지펀드 수가 1만1700개로 늘어나고, 운용자산은 1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의 헤지펀드 리서치는 올 2분기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을 8660억달러(약 1000조원)로 추산했다.

?개인 갑부서 기관투자가로=미국 '월가'에서 '정석'투자로 소문난 JP모건은 지난달 말 하이브리지 캐피털의 지분 대부분을 13억달러에 인수하며 '위험한' 헤지펀드 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리먼브러더스도 현재 지분 20%를 갖고 있는 헤지펀드인 런던의 GLG파트너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씨티그룹은 100억~200억달러를 아예 헤지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한 로펌 관계자는 "앞으로 헤지펀드의 인수.합병(M&A)이 빈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고수익을 낸 헤지펀드들이 앞으로는 대형 은행 등과 결합해 사업을 체계화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부유층에 한정됐던 투자자도 기관투자가들의 가세로 바뀌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0년 헤지펀드의 운용자산(5000억달러) 중 기관투자가 비중은 20%였지만 2010년이 되면 이 비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틈새투자서 정석투자로=기관투자가의 진출은 외환 등 틈새 시장을 주로 공략해 고수익을 챙기는 헤지펀드의 기존 투자전략을 바꾸고 있다. 큰 위험을 피하고 안정된 수익을 좇는 '기관투자가' 방식과의 혼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대형 자산관리회사들은 향후 헤지펀드를 M&A하거나 기업공개를 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올 들어 크게 낮아졌다. 미국의 CSFB 트레몽 헤지펀드 인덱스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수익률은 2.75%로 최근 10년간 평균수익률(11%)의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JP모건이 "만약 헤지펀드가 투자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수익이 잠식당할 위험에 빠져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JP모건은 최근 헤지펀드가 선진 시장보다는 그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왔던 아시아 시장이나 채권 등에 뛰어들면서 고수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아시아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63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는 남의 일이다.

랜드마크투신의 이종우 마케팅 본부장은 "헤지펀드가 지난해 초부터 국내에 들어왔지만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면서"헤지펀드는 해외에 있는 펀드매니저가 단기 수익을 위해 운용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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