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분교… 정보격차 해결사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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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파도가 높을수록 골도 깊어진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이 세상을 뒤바꾼다는 소리가 커질수록 여기서 소외된 이들은 더욱 초조해진다.

이런 간극을 메우는 데는 최신장비.첨단기술보다 '조금 앞선' 사람들이 더욱 도움이 된다.

비슷한 처지에서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얻은 작은 경험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다도해의 섬마을까지, 그리고 도시의 노인들에게 저마다 작은 힘이 되어 주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찾았다.

이들이야말로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메우는 '디지털 해결사' 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부연마을. 오대산 진고개 기슭에서 깎아지른 벼랑 위 비포장길로 30분 가까이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다.

눈이라도 쌓이면 여지없이 고립되는 탓에 주민들은 날이 추워지려고 하면 겨우내 쓸 석유와 생필품을 사 나르느라 바쁜 곳이다.

최근 이 마을에 세상으로의 통로가 열렸다. 교육부와 한국통신.대기업 등의 지원으로 7대의 신형 PC가 놓이고 전용선이 연결된 것이 지난해 12월 중순.

마을에 자리잡은 신왕초등학교 부연분교 김동우(46.사진) 선생은 방학인데도 틈틈이 학교에 나와 장비를 점검하고 새학기 인터넷 교육계획을 잡느라 분주하다.

김선생은 "전화 모뎀을 쓸 때는 속도가 늦어 인터넷은 맛만 보여주고 말았다" 며 최고 256kbps의 전송속도를 내는 새 장비에 만족해 했다. 모두 8명뿐인 학생들도 마냥 신이 난다.

게임은 물론 말로만 듣던 인터넷도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얼마전 집에도 PC를 장만한 박세찬(3학년)군은 "전화 요금 걱정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돼 너무 좋다" 며 "서울로 전학가는 누나도 e-메일과 채팅으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교직생활 23년째인 김선생은 정보화 관련 연수경험이 풍부한 데다 개인적인 관심도 높아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다.

그는 "외딴 산골이라는 지리적인 약점이 정보화 시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며 "오히려 학생수가 적어 실습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도시 아이들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은 물론 대부분 토종꿀을 쳐서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에 대한 PC.인터넷 교육계획도 세워놓았다.

김선생은 "1주일에 한차례 주민들을 모아 PC사용법부터 인터넷까지 차근차근 알려줄 계획" 이라며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면 소득을 늘리는 데도 단단히 한몫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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