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전 총리 특별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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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정계 최고 원로급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3)전 총리는 지금도 국책의 나침반역을 맡고 있다.

지난해는 외교.안보.경제.과학기술에 관한 구상을 담은 '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 을 펴냈다. 최근에는 총리 재임 중 '21세기 총리' 앞으로 보낸 서한이 공개돼 화제를 불렀다.

그에게 일본의 비전을 들어봤다.

- 21세기 일본의 바람직한 국가 진로는.

"늠름한 문화국가.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식민지 독립국 혹은 그밖의 발전도상국들은 20세기에 제1단계로 국가체제를 정비했지만 21세기에는 제2단계로 경제.과학기술.사회복지면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시대로 들어간다. 일본은 이들 국가에 대해 정부개발원조(ODA)를 비롯한 여러 수단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이는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보상이기도 하다. 둘째는 동아시아에 다국간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의 경우 금융협의회를 만들어 헤지펀드로부터의 방어, 상호협력, 비상시 금융지원 등을 할 필요가 있다. 안보면에서도 다국간 기구를 창설해야 한다. 아세안지역포럼(ARF)을 발전시켜 신뢰조성, 분쟁예방 및 해결까지 맡는 기구를 말한다. 셋째는 지구 환경 방호, 핵무기의 폐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이를 위해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21세기의 청사진과 설계도, 즉 국가상을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상은 헌법에 들어 있다. 지금 개헌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것을 해야 한다.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구조개혁기본법과 안전보장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은 '집단적 자위권' 을 헌법상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군사적 협력을 국회가 통제하는 것이다. 재정상황에 맞춘 사회복지 정비도 필요하다."

- 지난해 헌법조사회가 국회에 설치된데 맞춰 개헌에 관한 개인적인 시안까지 냈는데 언제쯤 개헌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앞으로 3년간 각 당이 개정시안을 만든 다음 4년째에 국민투표법을 제정하고 5년째에 개헌에 착수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희망이다."

- 현행 교육기본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일본의 문화.역사.전통, 공(公)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를 보강해야 한다. 이 법은 1947년 미국 주도로 만든 것이다. 일본은 역사와 문화를 넣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현재의 교육은 권리.자유가 너무 강조됐기 때문에 책임과 절도, 공공에 대한 봉사와 희생이 결핍돼 있다."

-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일본이 21세기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그의 관측은 잘못이다. 일본은 핵무기의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3원칙을 견지한다. 일본은 핵무기 폐기에 나서야 한다."

- 향후 일본이 '정치대국' 이 될 가능성은.

"일본은 문화대국이 된다. 경제.과학기술.문화.국제협력면에서 특징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

- 한.일, 북.일관계에 대한 의견은.

"한국.미국과의 제휴가 일본 외교의 기축이다. 일본은 북한에 대해 '덩샤오핑(鄧小平)정책(개혁.개방정책)' 을 펴야 한다. 한.미 양국과 협의해 덩샤오핑 정책을 통해 북한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개방하면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때는 한.일.미.중이 북한을 지원해 경제수준과 민주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이래야 남북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 경제수준이 접근하지 않으면 쉽사리 통일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하루빨리 보통국가가 돼 아태국가의 일원이 됐으면 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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