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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학자 프리드버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 옛 소련이 해체된 뒤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이 됐다. 로마가 지배했던 '팍스 로마나(Pax Romana)' 는 BC 27~AD 180년까지 2백여년간 유지됐다. '팍스 아메리카나' 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세계사에서 한 나라가 영원히 초강대국으로 남는 일은 없었다. 초강대국이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경쟁상대가 있어야 한다. 견제를 받지 않고 독주하면 역설적으로 경쟁력을 점차 상실한다. 미국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건전한 경쟁세력을 가지지 못하면 팍스 아메리카나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 어떤 나라가 경쟁상대인가.

"냉전체제에서는 옛 소련이 미국의 독주를 제어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을 견제할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고 본다. 나라의 지리적 크기나 인구.군사력 등에서 유일한 견제세력이다. 일본은 경제가 침체돼 있고 정치기법도 뒤떨어져 있다. 또 고령화 현상 때문에 노동력의 파워 측면에서 미국에 필적하기 어렵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유지되는 한 중국의 동반 상승은 필연적이다."

- 미국인들은 어떻게 팍스 아메리카나를 건설했나. 의도적인 것이었나.

"미국이 세계 주도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경쟁력과 세계의 환경이 어우러져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시스템에 관한 한 미국은 세계 최고다. 경제도 경제지만 특히 정치와 교육의 선진화는 미국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문화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다 정보화 시대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경제력이 결합된 것이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미국과 같은 파워의 폭발이 없었다. 미국은 지금 정치 선도국이자 경제 최강국이며 정보통신 산업의 주도국이다. 그리고 군사.외교의 슈퍼 파워다."

- 미국을 강대국으로 이끈 비결은 무엇인가.

"미국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긍정적 가치들이 비결이다. 미국은 인종갈등.마약.범죄와 자본주의 부작용 등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민주적 정치의 구현, 이민을 흡수하는 개방문화, 땀 흘린 만큼 대가가 있다는 보상주의 등이 탄탄히 자리잡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에는 영어가 한 몫 단단히 했다. 3억 가까운 인구가 동일언어로 소통하고 있고 방언도 거의 없다. 이같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효율성의 밑거름이 됐다."

- 미국의 향후 과제는.

"중국이 정치개혁을 통해 민주국가로 탄생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서로가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우방들과 중국의 관계도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정보화와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뒤떨어지는 국가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이 미국과 같은 승리자에 대해 적개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프린스턴(뉴저지주)〓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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