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사막 남극을 찾아서](24)남극을 연구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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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연구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 한국도 그 각축전에서 반발도 뒤처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쇄빙선 ‘아라온’의 처녀항해를 시켰다. 또 세종기지에 이은 제 2기지를 2012년까지 지을 예정이다. 세종기지는 남극대륙 주변의 섬에 세워졌다. 남극대륙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륙에 기지가 필요하다.

한국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남극 연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남극은 지구의 과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역사책이며 지구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의 높이가 무려 60미터 가량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극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 전 세계 항구는 대부분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또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눈과 얼음의 태양 에너지의 반사율은 70% 이상이다. 때문에 남극의 눈과 얼음이 모두 녹게 되면 지구에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의 양에 갑자기 증가한다. 그 결과 이상 기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던 지역에는 홍수가 나고 비가 많이 내리던 지역은 사막처럼 변한다. 결국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

남극을 연구하게 되면 빙하의 녹는 정도 등을 측정해 이상 기후 현상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또 기후 변화 모습을 예상해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또 남극은 오존층(O3) 감소와 자외선 증가 정도를 관측하기에 좋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자외선의 대부분을 흡수해 사람을 지구의 동식물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지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 양이 많아진다. 식물은 말라죽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을 굶어 죽는다. 사람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자외선에 많이 쐰 사람들은 피부암 같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남극 주변의 차가운 바다인 남빙양의 퇴적물에는 과거 일어났던 지구 온난화, 바다 얼음 감소, 해양생태계 변화 등에 관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문에 이 퇴적물 속의 과거 지구 환경변화를 분석하면 미래의 환경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얼어붙은 타임캡슐이라고 불리우는 빙하에는 과거 대기성분과 기후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숨겨져 있다. 빙하를 연구하면 짧게는 계절 단위부터 길게는 수십만년 전 과거의 기후변화, 대기성분 변화, 엘리뇨와 화산폭발 등의 지구환경변화를 알 수도 있다.

남극에서는 운석을 찾기도 쉽다. 오염물질이 없는 환경인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 연구를 통해 지구 탄생 초기의 생생한 역사를 알 수 있다. 남극에는 빙하의 흐름이 막힌 산맥의 내륙 쪽에 운석이 많이 발견되는 운석저장소가 있다. 운석 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 가운데 80%인 3만여 개가 남극에서 발견됐다.

남극의 생물을 연구하면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동결방지 물질이다. 한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수십도까지 내려가는 남극이지만 생물들은 죽지 않는다. 세포가 어는 것을 막아주는 동결방지 물질 때문이다. 과학자들에 의해 이 물질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또 남극에는 금, 은, 동, 철 등 수많은 종류의 광물자원과 원유와 매탄하이드레이트 등의 에너지 자원들이 묻혀있다. 남극조약에 따라 이들 자원을 지금 개발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 자원이 부족해지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남극 자원개발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한국 과학자들은 남극에 묻혀진 천연자원의 종류와 매장량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박지환 자유기고가 jihwan_p@yahoo.co.kr

*박지환씨는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에서 기자를 했었으며,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박지환 기자의 과학 뉴스 따라잡기’를 연재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북극을 다녀와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를 출간했다. 조인스닷컴은 2010년 2월까지 박씨의 남극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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