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 경제지표 미국보다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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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만성적 불확실성'의 시대다. 기업은 어떠한 상황에도 항상 움직여야 한다."

베인앤컴퍼니 오릿 가디시(53.사진)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 내수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며 "특히 반 기업 정서가 커진 사회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보다 오히려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기업이 비관적인 전망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시는 전 세계 3대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베인앤컴퍼니의 회장으로 11년째 일해왔다. 그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8일 방한한 뒤 14일 출국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많은 기업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로 수십억달러의 돈을 날렸다. 하지만 그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했기 때문에 몇조달러를 손해봤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성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은.

"내가 우리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난 컨설팅업계 최초의 여성 컨설턴트 중 한명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컨설턴트라면 전부 남자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미국 철강회사와 일할 때 그 회사 임원이 나를 보자마자 '철강업계에 여자가 끼이면 재수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나는'내가 경쟁사에 가게 되면 그 회사가 재수가 없게 될 테니 당신 회사에 더 이익일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어떤 장소든 나를 더 기억하게 만들면서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한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계화(globalization)다. 이는 국제화(internalization)와는 다른 개념이다. 수출을 많이 하고 해외지사를 만든다고 세계화된 기업이 아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뿐 아니라 원자재 및 자금조달, 전략적 아웃소싱과 제휴, 인재 채용도 세계화한 전략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 마인드를 세계화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면에서 큰 성장을 거뒀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한국 기업이 당신이 정의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가장 잘 하던 것을 더 잘하면 된다. 한국 기업들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이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성장으로 일부 한국 기업들이 불안해하지만 이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에도 똑같다. 미국.유럽 기업에 비하면 한국 기업이 중국의 부상으로 얻는 동반 상승 효과가 더 크다. 한국 기업들은 또 제조업에서 갖춘 역량을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업에 진출해야 한다. 물론 세계시장을 무대로 해야 한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GE 소비자금융과 손을 잡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이는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주연 기자

◆가디시 회장은=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가디시 회장은 17세 때 이스라엘 육군에 입대해 육군참모총장실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73년 이스라엘 히브루대 심리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영어도 제대로 못하던 상황에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7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93년 이 회사의 회장에 선임된 뒤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을 움직이는 여성 50인' 등에 수차례 뽑혔다. 올 초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등과 함께 다보스세계경제포럼 기초운영위원회 이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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