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따라잡기] 신문에서 찾은 올림픽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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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초등학교 5학년 3반 학생들이 성시민 교사(가운데)의 지도에 따라 NIE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자, 답이 뭔지 아는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드세요.”

성시민(서울 한서초) 교사가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한 장면처럼 글자와 사진이 붙어 있는 종이를 한 장씩 뒤로 넘기기 시작한다. ‘하얗게 쌓인 눈’ ‘성화 점화하는 모습’ ‘단풍나무’까지 보여줘도 아직 손을 드는 학생은 없다. 그러나 ‘캐나다 지도’에 이어 ‘오륜기’가 등장하자 거의 모든 아이의 손이 한꺼번에 올라간다. 성 교사가 한 학생을 지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답은 동계올림픽입니다”라고 또랑또랑 대답한다.

같은 형식의 연상 퀴즈를 세 문제 풀고 나니 ‘동계올림픽’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라는 오늘 수업의 핵심어가 모두 등장했다. 9일 한서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실에서 진행된 NIE 수업의 주제는 ‘올림픽 정신의 가치’였다.

사진·그래픽 자료로 호기심 유발

성 교사가 ‘연상 퀴즈’에 활용한 사진과 글자는 모두 신문에서 오려 붙인 것이다. ‘금메달’을 연상케 할 수 있는 힌트로는 장미란·박태환·이용대 선수의 사진을 썼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희열에 찬 표정을 찍은 사진들이다. 학생들은 “아, 나 저 사람 알아”라며 눈을 떼지 못했다.

스포츠 면에 실린 사진은 역동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수업 도입부에 학생들의 이목을 끄는 데 효과적이다. 성 교사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집중하자 올림픽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짚어줬다. 이때도 역시 신문에서 찾은 자료를 활용했다. 초등학생들은 신문 기사처럼 긴 글을 읽는 것보다는 도식화된 시각 자료에 더 집중한다. “신문에는 중요한 자료일수록 재미있는 그래픽으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자료를 수업시간에 자주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중앙일보 2009년 11월 4일자 36면 하단에 실린 그래픽을 보여줬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로고·종목별 금메달 수·참가국과 선수 등 전체적인 정보가 빠짐없이 실려 있어 한눈에 내용을 파악하기 좋은 자료다.

최신 이슈 활용해 교과 지식 가르쳐

김연아 선수에게 쓴 편지를 읽는 이화용양.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하는 김연아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다. 올림픽 관련 기사에도 김 선수에 대한 언급이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해온 그의 행보가 올림픽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성 교사는 중앙일보 2월 5일자 29면 기사를 보여줬다. ‘연아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김연아 선수의 하루 일과가 간략하게 정리돼 있다. 학생들은 “와, 하루에 7시간이나 운동한다”며 놀라워했다. 성 교사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계속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물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번엔 중앙일보 1월 28일자 8면에 게재된 ‘금메달 꿈 간절하지만 승자 못 되더라도 …’라는 기사를 읽게 했다. 학생들이 기사를 다 읽자 성 교사가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답변이 달라졌다. “자신에게 실망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성 교사는 ‘올림픽 정신’에 대해 언급했다. “올림픽을 창시한 사람은 쿠베르탱이라는 사람이야. 쿠베르탱은 올림픽에 참가해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지금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목적이 뭘까?” 국가든 선수든 금메달 획득에 너무 연연하는 것은 올림픽의 본래 정신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선수에게 배울 점 찾아 글쓰기로 마무리

흔히 스포츠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도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승패나 국적에 관계없이 신체적 장애나 부상·가난 등 역경을 극복한 선수의 스토리는 언제나 큰 감동을 안겨준다.

성 교사는 ‘맨발의 아베베’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려줬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에티오피아의 국가대표 아베베 비킬라 선수가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했던 실화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라는 응원의 편지를 써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바쁘게 글을 쓰는 학생들 사이를 다니며 각자가 이날 배운 내용을 편지 속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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