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물류비 비중 첫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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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품을 운송.보관하는 데 들어가는 기업의 물류비 비중이 처음으로 줄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포항제철.E마트 등 국내 5백64개 제조.유통업체를 조사해 21일 내놓은 '기업 물류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12.9%에서 지난해 12.5%로 0.4%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산업의 고비용 구조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던 물류비의 비중이 감소한 것은 대한상의가 87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미국(7.3%).일본(6.1%)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물류비 비중은 87년만 해도 5.9%였으나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부족 등의 영향으로 90년대 중반부터 10%를 웃돌았다.

◇ 어떻게 줄였나〓대한상의의 임복순 유통사업팀장은 "기업들이 자동.공동.표준화와 같은 물류 합리화에 힘쓰면서 운송 등 일부 업무를 전문업체에 대폭 맡겼기 때문" 이라고 풀이했다.

포항제철의 경우 지난해 철강 매출액(10조7천억원) 중 물류비 비중이 10%였으나 올해 9.8%로 줄어들 전망이다. 93년엔 11.3%였다.

임규상 물류기획팀장은 "철강 원재료나 완제품의 수송 선박을 대형화해 운임을 낮추고 제품의 저장 관리를 자동.무인화한 덕분" 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 2백60여개 편의점(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대상유통은 지역 거점을 정해 점포 개설비와 진열제품 운송비 등을 줄였다. 재고회전율도 평균 9일에서 6~7일로 떨어뜨렸다.

◇ 운송보다 재고관리 개선이 시급〓조사대상 업체의 물류비 가운데 운송비가 절반 가량(47.2%)이었고 보관.재고관리비(34.4%), 포장비(8.3%), 하역비(6.7%)등의 순이었다. 97년보다 운송비 비중이 줄고 보관.재고관리비 비중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가죽.가방.신발(15.4%)이었고, 비금속광물(14.1%).음식료품(13.7%).제1차 금속(13.3%)순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 품목이나 곡물.광물 같은 벌크(건화물)류의 물류비 부담이 큰 편이었다.

기계.장비.운송장비(8.4%), 화합물.화학.고무.플라스틱(11.3%), 유통(11.4%), 섬유.의복(11.6%)등 업종의 물류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운송.포장 등을 외주하는 일은 늘었지만 보관.재고관리를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아 아웃소싱에 따른 물류비 비중은 44%로 여전히 절반 이하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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