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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 감자 책임 추궁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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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7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기에 앞서 한빛.서울.평화.광주.제주.경남은행 등 6개 은행의 자본금을 완전히 소각하기로 하자 주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만큼 이들의 반발은 당연할 것이다. 완전 감자(減資)의 명분으로 주주 책임론이 거론되지만 부실경영 책임이 없는 소액주주들은 물론 '은행 살리기 운동' 차원에서 투자했던 은행원과 지역 주민, "감자는 없다" 는 전임 재정경제부장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던 '선의의 투자자' 들까지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은 정말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 정부가 원칙에 충실한 정책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은행의 자산가치가 마이너스이고 수익가치도 기대할 게 없는 상태에서 완전 감자를 하지 않고 공적자금을 추가 출자한다면 일반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부실은행의 주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의의 투자자' 들만 골라 부분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선별과정이 어렵고 기존 주주의 손실분담 원칙에도 어긋난다.

정부 역시 완전 감자로 인해 그동안 투입한 8조3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모두 손해보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사정을 '선의의 투자자' 들에게 잘 설명하면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지지와는 별개로 우리는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을 완전히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데 대한 정부와 은행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 추가 투입될 7조원 내외의 공적자금마저 다시 허공에 날려버리는 실패를 거듭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 및 예금보험공사.부실은행 경영진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허투루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얼마나 많이 나왔던가.

공적자금의 과다 투입 등 투입규모와 시기의 문제점은 물론 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공적자금에 대한 감시.감독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숱하게 나왔다.

이런 여러 문제점들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 한, 새로 조성된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도 허공에 날릴 게 뻔하다.

때문에 8조3천억원을 날려버린 데 대한 정부와 은행의 책임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묻고 지나가야 한다.

전직 재경부장관 및 금융감독위원장들의 '부실 관리' 책임은 물론 현직 장.차관들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가 감자는 없다" 고 말한 사람은 전직 재경부장관이지만 국민이 쳐다보는 것은 특정 장관이 아니라 이 정부가 아닌가. 공적자금에 책임 있는 고위관료들과 부실은행의 은행장 및 임원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감자에 대한 책임' 을 엄중하게 물을 때 국민은 물론 '선의의 투자자' 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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