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날치기 범죄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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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남 진해에 있는 한 휴대폰 대리점에 지난달초 부부로 보이는 30대 동남아 남녀 한쌍이 7세 가량의 남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남자는 서투른 한국말로 "만원짜리 지폐를 새 돈으로 바꿔 달라" 고 부탁했다. 대리점 주인 洪모(32.여)씨가 금고를 열고 돈을 바꿔주는 동안 여자는 아이와 함께 상품 진열대에서 물건을 골랐다.

洪씨는 여자에게 다가가 상품에 대해 설명을 해줬지만 그들은 물건을 사지 않고 가게를 떠났다. 외국인들이 떠난 후 洪씨는 금고에서 50만원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상점 C마트에도 지난달말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두 명이 들어섰다.

이들 중 한명이 주인 張모(40.여)씨에게 1만원짜리 한 장을 건네며 "5천원짜리 두 장으로 바꿔 달라" 고 요청했다.

張씨가 돈을 바꿔주기 위해 50여만원이 든 지갑을 꺼내는 순간 두 사람은 지갑을 낚아채 쏜살같이 달아났다.

최근 한국 사람들의 친절을 악용하는 외국인 절도가 크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이같은 범죄가 전국에서 40건이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 16건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2~3일에 한 번꼴로 빈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범죄의 대부분이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발생했지만 올들어서는 경남 9건, 전북 5건 등 전국 중소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외사과 朴외병 계장은 "외국 사람들에게 친절한 소규모 도시의 상점 주인들이 최근 피해를 보고 있다" 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해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이 크다" 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수법은 여러 명이 작은 가게를 찾아가 환전을 요구하는 것. 환전할 때 금고의 돈을 확인한 뒤 일행 중 일부가 "물건을 설명해 달라" 며 주인의 주의를 끄는 사이 금고를 턴다.

이밖에 ▶렌터카를 몰고 다니는 '히트 앤드 런' 수법▶은행을 나서는 사람에게 접근해 옷에 우유 등을 흘린 뒤 닦아준다며 주의를 산만하게 한 후 금품을 훔치는 수법▶은행 창구에서 환전을 요구한 후 직원이 들고 있는 달러 뭉치를 빼앗아 달아나는 수법 등을 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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