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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선정…그 이후] 上. 희비 엇갈린 사업자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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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MT-2000 사업권 심사 결과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예상대로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통신.SK텔레콤이 유.무선 시장에서 누려온 절대적 우위가 IMT-2000 심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비동기 사업권을 거머쥔 한통과 SK는 민영화와 외자유치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LG와 한국IMT-2000은 정보통신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 심사 분석=SK는 ▶계획과 규모의 타당성▶재정 능력 및 주주 구성▶기술개발 실적과 기술적 능력의 3대 심사 항목에서 골고루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통과 LG는 남은 한 장의 비동기 티켓을 놓고 벼랑 끝 접전을 벌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술개발 실적과 기술적 능력이 당락을 갈랐다는 사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비동기 기술은 LG가 앞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거꾸로 한통과 SK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LG는 믿었던 기술분야에서 2위인 한통에 1.3점차로 역전당하는 바람에 총점에서 0.98점 차이로 떨어졌다.

기술 심사위원인 곽경섭(인하대).문송천(과학기술원)교수는 이에 대해 "LG는 지난 3년간의 기술개발 실적만 제출한 반면 다른 사업자는 95년 이후 6년간의 자료를 제출해 실적 건수에서 차이가 났다" 며 "특허 등록.논문 발표와 기존 유.무선 인프라의 재활용에서도 LG가 미흡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심사 기준은 정보통신정책심의회에서조차 논란을 불렀다. 같은 평가항목에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가 0점~65점으로 편차가 너무 크고, 기술분야 심사위원 9명 중 5명이 정부 산하 관변 연구소 출신이라는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영업부문은 9명의 심사위원 중 관변 단체 출신이 1명에 불과했다. LG 이정식 상무는 "다른 분야는 점수차가 들쭉날쭉한데 기술부문은 6개 평가항목 모두 한통이 LG보다 점수가 높았다" 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 라고 반발했다.

◇ 전망=안개가 걷히면서 한통과 SK는 한껏 밝은 표정이다. 국내 시장이 한통.SK 2강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들이 비동기 진영에 가담하면서 IMT-2000도 자연히 비동기로 쏠리고 국내 통신업계도 2강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SK 조민래 상무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중국 차이나 모빌 등 동아시아 3국의 1위 사업자들과 비동기식 로밍망을 구축해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일본 NTT도코모와의 지분매각도 순조롭게 될 전망이다. 한통은 해외자본 유치와 민영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통의 남중수 본부장은 "유.무선 통신망을 바탕으로 IMT-2000에서 SK나 세계 거대 기업과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고 평가했다.

반면 동기식 시장은 당분간 무주공산으로 남게 됐다. 안병엽(安炳燁)정보통신부장관은 "동기.비동기의 균형 발전을 위해 내년 2월까지 동기식 사업자를 재선정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LG가 아직 동기식 신청에 유보적인 입장이고 한국IMT-2000도 동기식 심사 관문을 통과할지 불투명하다.

한통과 SK는 2002년 5월부터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30% 수준에 불과한 비동기 장비의 국산화율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국부 유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통부는 IMT-2000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내년 2월에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칫 정통부가 그토록 고집하던 동기식 사업자도 잃고 동기식 장비업체로부터 외면당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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