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 두가지 버전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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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연말연시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공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발레 '호두까기인형' 일 것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국내 발레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이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

연례적인 공연이지만 올해의 '호두까기…' 은 예년과 다른 점이 여럿 눈에 띈다. 우선 공연장을 바꿨다.

국립발레단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6~25일)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21~25일)에서 공연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립발레단의 변신이다.

국립발레단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과 "단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만 같다" 고 말할 정도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버전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호두까기…' 은 일명 '바이노넨' 판이라고 불리는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안무다.

그러나 이번에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안무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73)의 것이다.

1966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한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군무(群舞)활용력이다.

주인공이 춤을 추는 동안 군무진들은 마치 움직이는 무대장치와 같이 끊임없이 대열을 변화시키고, 2막 솔리스트 춤의 경우에도 아라비아의 춤 대신 인도춤, 풀피리의 춤을 대신한 프랑스 춤을 등장시켜 무용수들의 완성도 높은 춤을 강조한다.

또한 통상 인형을 사용하는 호두까기인형 역을 어린이 무용수가 맡아 깜찍한 춤을 보여준다.

1막에만 나오던 생쥐들이 2막에도 등장하고, 여주인공 마리의 대부 드로셀메이어의 역할도 강화해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엮어가는 것도 색다르다.

안무 원작자의 지도를 통해 춤을 다듬는 한편, 여태껏 다소 취약했던 무대 세트는 물론 의상, 소품 일체를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해 들여오는 만큼 다양한 볼거리도 기대된다.

왕년의 '환상의 커플' 이었던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과 문병남 지도위원이 주인공 마리의 부모인 스탈바움 부부로 출연, 7년만에 한 무대에 선다. 호두까기 인형 역으로는 최단장의 딸 세나양도 등장한다.

주역 무용수는 김주원.이원국, 김지영.신무섭, 홍정민.장운규 등 세 쌍. 오후 3시 30분, 7시 30분. 16일.20일.22일 낮 공연 없음. 25일 저녁 공연 없음. 02-780-6400.

유니버설 발레단은 22년간 키로프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은 만큼 드라마틱한 바이노넨 버전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무대 디자인, 안무.의상 등도 더욱 화려하게 보완할 예정.

공연 전후 산타 할아버지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마임 공연도 마련한다.

박선희.서라벌, 김세연.엄재용, 황혜민.김종훈, 이리나 노비코바.아르템 쉬필레프스키 주역. 오후 3시 30분, 7시 30분. 첫날 낮, 마지막 날 저녁 공연 없음. 28일~29일은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연한다. 02-2204-104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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