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기 살리기' 여야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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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민 산업부 기자

14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중기청 국정감사는 여야 구분없이 좌석을 배치해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마주보고 대치 상황을 연출하던 여느 국정감사장과 다른 모습이었다.

산자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여야를 떠나 한 목소리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 국감을 하려고 이 같은 좌석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2명의 산자위 의원이 이날 국감장으로 이동하는 고속열차 안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한 것이다. 당시 열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침례교 세계연맹 김장환 목사는 "국회의원들이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국익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며 즉석에서 나라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중소기업 살리기에 뜻을 모으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실제로 이날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비판 대신 구체적인 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정책 제안이 봇물을 이뤘다. 이광재.서갑원.한병도.김태년 의원은 공동으로 '중소벤처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은 경제상황을 헤쳐나가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6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재고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쌓여 있지만 은행 대출 창구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부족했다. 최근에도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기업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좌석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도록 생각도 확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며 목소리를 높인 의원들의 의지가 국감 이후에도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혜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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