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탐험] 인사동서 이국 풍물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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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물구나무를 서면 익숙했던 사물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고정 이미지가 만들어진 '~거리' 들도 뒤집어 보면 뜻밖의 얼굴을 갖고 있다.

'서울 속 외국' 이라는 이태원엔 전통 고가구점들이 있고 '전통의 거리' 인사동 속살에는 이국적이고 현대적인 공간들이 숨어 있다. 상식을 깨는 서울 탐험을 떠나보자.

'~당' '~재' '~방' …. 인사동에서는 간판만 봐도 거리의 특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탈리아식 이름을 한 간판이나 티베트.인도 등 외국의 물건을 걸어놓은 상점이나 식당들이 부쩍 늘었다.

의외란 생각이 들기도 하나 '전통' 이란 말에 왠지 주눅드는 사람들에게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대신 촘촘하게 들어선 좁은 가게들 사이에서 이런 집들을 찾으려면 다리품을 팔 각오를 해야한다.

'작은 인디아' (730-5528)는 인테리어에 정성과 땀이 배어 있는 인도풍 카페. 문을 열면 인도 음악의 신비스런 리듬이 손님을 맞는다.

기타처럼 생긴 시타르 등 인도 전통악기와 인도에서 직접 구해온 장식품들도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화장실 천장과 벽에도 인도 잡지가 붙어 있어 "인도에 반했다" 는 주인 정영숙씨의 남다른 애착이 느껴진다.

종업원들도 인도인 복장을 하고 있다. 마살라차이(홍차.6천원).사모사(야채만두.6천원)등 인도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애연가라면 인도산 잎담배 비디(3천원)를 피워볼 수 있다.

갤러리 티벳(733-6870)과 실크로드(722-7776)는 각각 티베트 골동품과 동남아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다.

갤러리 티벳에서는 티베트 불화인 '탕카' 나 티베트 무사의 갑옷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실크로드에선 인도.태국.중국 등에서 들여온 향이 인기다.

과일.들꽃 등 자연향을 그대로 살린 것으로 개당 2백~4백원. 베트남 민속의상인 '아오자이' 풍의 의상을 현지 주문제작을 통해 판매한다. 3만~4만원.

13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피.와인 전문점 '사계' (720-9734)는 매일 커피를 갈아 한잔씩 종이필터로 걸러낸다.

이 커피맛을 못잊는 단골들도 많다. 와인과 커피 등을 파는 마루마리(733-8980).아트사이드넷(725-1551)등은 외벽을 유리로 만들고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로 '압구정풍' 을 낸다.

'시티오브에스프레소(736-6590)에서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나와(20% 할인) 마시며 거리를 걷는 '뉴요커' 기분을 낼 수 있다.

이름난 이탈리아 음식점들도 인사동에 둥지를 틀었다. 호텔 주방에서 일했던 주방장이 요리하는 인사동 뽀모도로(732-6040)는 외벽에 나무를 덧대고 흰색 페인트를 칠해 눈에 확 띈다.

바로 옆에는 또다른 이탈리아 음식점 오또에메조(735-5047)가 있다. 이 곳에선 인사동 화랑가를 드나드는 백발의 노화가들이 스파게티(6천~9천원)를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탈리아어로 '바다' 라는 뜻의 일마레(02-725-8697)는 흰색 테이블보와 흰색 벽에 검은색 의자와 테이블이 대조를 이루며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저녁시간에는 테이블마다 촛불이 켜져 격조 높은 만찬장을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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