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충청 … 이회창-심대평 결국 제 갈길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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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선진당(선진당)은 ‘심대평 의원 복당’에 당력을 집중해 왔다. 당 일각에선 이회창 총재의 2선 후퇴 얘기까지 나왔다. 총재 제도를 폐지하고 심대평 대표체제로 전환하자는 구상이었다. 심 의원의 ‘편한’ 복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 총재는 심 의원과의 회동을 비공식으로 제의했다 한다.

하지만 심 의원은 선진당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3월 10∼15일 사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다음 달 꼭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총재는 당 5역회의에서 “세종시 원안을 관철하기 위해 대동단결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선진당에선 심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은 “동지들에 대한 정치적 배신” “적전분열이자 충청을 무력화시키는 지름길” “ 백해무익한 구태” 등 거친 표현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배포했다.

‘심대평 신당’이 창당될 경우 선진당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한나라당은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갈라져 있고 세종시 신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충청 세력이 결집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선진당의 계산이었다.

심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 후보를 반드시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신당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분들도 있고, 접촉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선진당의 심 의원 복당 시나리오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이 총재와 심 의원의 ‘구원(舊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선진당 의원 일부는 그간 이 총재의 2선 후퇴 및 심 의원의 대표복귀 방안을 심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심 의원은 “이 총재 체제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 총재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를 주변에 하면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총재도 심 의원을 당 대표로 데려오는 아이디어를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표직을 주는 문제는 전당대회 소관”이라는 입장이었다고 박선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 총재와 심 의원은 지난해 여름 심 의원에 대한 청와대의 총리직 제의를 이 총재가 조건을 걸어 계속 차단하면서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심 의원은 “이 총재의 독선과 독단을 더 이상 참기 어렵다”며 지난해 8월 30일 탈당했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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