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노조전임’ 관행 깨고 일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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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7월부터 적용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제도는 올해 노사 갈등의 핵이다. 한번 노조 전임자가 되면 생산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노조에 남으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 한국 노조의 현실이다. 그런데 공기업에서 조합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노조위원장이 전임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임기를 마치자 스스로 일터로 돌아갔다. 지난해 민주노총 탈퇴를 이끌어낸 인천지하철의 이성희(40·사진) 전 노조위원장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그는 정비창에서 일한다. 800여 명의 수장이던 노조위원장에서 정비창의 주임으로 신분이 바뀐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전 위원장은 9일 “대부분의 노조위원장들이 한번 위원장을 지내면 직업으로 노조 전임자를 하려 한다”며 “노조 간부가 노동자의 본분인 산업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노조의 재정 건전성과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해고자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자에게 노조가 조합비로 월급을 주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직업 노동운동가로 변신해 조합비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해당 사업장을 계속 강경투쟁으로 이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투쟁 이외에 제대로 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쌍용차를 투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민주노총이 끝난 뒤에 상처를 입은 조합원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또 “투쟁 앞에서는 도덕도 없더라.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때 가치관도 형성되지 않은 초등학생을 단상에 올려 율동을 시키는 것이 민주노총의 운동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길거리 투쟁 대신 영업전선을 뛰었다. 인천시가 지하철 2호선을 민자로 건설하려 하자 인천시민을 상대로 공영건설 전환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였다. 덕분에 2호선의 건설과 운영권은 인천지하철의 몫이 됐다. 역세권 개발권과 의정부 경전철 운영권도 따냈다.

이 전 위원장은 “노조는 조합원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 핵심은 고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커져 일감이 많아지면 구조조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가족도 안정된다. 그것이 가사불이(家社不二·가정과 회사는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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