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미 언론, 후보'노골적 편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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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내 신문과 방송들도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존 케리 후보 지지로 나뉘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은 언론사들이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전통이지만 보도 자체의 공정성 시비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언론의 편들기도 노골적이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도 전례 없이 강력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정성 시비=미국 내 거대 TV 방송그룹 '싱클레어'는 이달 말부터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반대 경력을 비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산하 방송국을 통해 내보낼 방침이다. 그룹 소유주인 싱클레어 형제들은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해온 지지자들이다.

싱클레어는 ABC.CBS.NBC.폭스 등 주요 방송망과 제휴해 미국 내 TV 보유 가구의 4분의 1을 시청자로 확보하고 있다. 또 싱클레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62개 방송국 가운데 14개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이번 대선의 핵심적인 경합지역에 있어 민주당의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테리 매컬리프 전국위원회 의장은 "싱클레어는 뉴스가 아니라 부시 선전에 관심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화당 성향의 워싱턴 타임스는 최근 이라크에는 핵무기는커녕 생화학무기도 없다는 사실이 미 조사단에 의해 최종 확인되자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질 의도가 있었다'라면서 본질을 호도하는 1면 제목을 내는 등 노골적으로 부시를 편드는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친 공화당 성향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민주당에 불리한 설문들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공화당 역시 CBS가 부시 대통령의 병역 기록 허위 문서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배후에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 측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공화당은 또 "민주당 지지 성향의 신문들이 부시 대통령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지 언론 분포는=TV와 라디오는 공화당, 신문과 인터넷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방송의 경우 뉴스 전문채널인 폭스TV와 경제뉴스 채널인 MS NBC가 특히 친공화당 성향이다. 농업 지역인 미 남부의 경우 라디오 방송국이 TV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종교적이고 우익성향을 띠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성황이다.

신문의 경우 미 언론 보도의 의제를 설정하는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포함해 민주당 성향이 더 많다. 하지만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USA 투데이와 경제지 월 스트리트 저널이 공화당 지지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지역 신문 중 케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13개로 발행부수는 총 263만7000부다. 반면 부시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신문은 10개로 발행부수는 72만4000부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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