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비틀스와 이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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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틀스 열풍이 또다시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비틀스 해체 30주년을 맞아 이달 중순 전세계에서 동시발매된 앨범 '1' (넘버 원)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헤이 주드' '아이 워너 홀드 유어 핸드' 에서 '컴 투게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 영국 UK차트와 미국 빌보드차트 싱글부문 1위를 기록했던 27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발매 첫주 19개국에서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비틀스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출시 1주일 만에 31만9천장이 팔려나가 올해 최고 앨범이 됐다.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1' 이 앨범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설의 4인조 '패브 포(Fab Four)' 멤버 가운데 20년 전 먼저 간 존 레넌이 살아 있다면 올해 예순이다.

드럼을 맡았던 링고 스타와 동갑이다. 영국 최고의 갑부 가수가 된 폴 매카트니는 지금 쉰여덟이고 조지 해리슨은 그보다 한 살 적다. 모두 2차 세계대전의 전란 중에 태어나 독일군의 공습에 시달리며 유아시절을 보냈다.

한국의 '국민가수' 이미자(李美子.60)도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의 암흑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도 비슷하다.

그룹이 정식 결성되기 전 쿼리멘이란 이름으로 비틀스가 리버풀 유흥가 스트립쇼 무대의 백밴드로 서러움을 겪던 시절 이미자는 서커스극단 무대에서 '열아홉 순정' 을 불렀다.

비틀스가 '20세기 최고의 팝송' 이라는 '예스터데이' (65년)를 발표했을 때 이미자는 '동백아가씨' (64년)를 내놓았다.

'동백아가씨' 와 '섬마을 선생님' 이 왜색(倭色)이란 이유로 금지곡이 됐을 때 비틀스의 '레벌루션' 과 '파워 투 더 피플' 은 정치적 이유로 한국의 금지곡이 됐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를 '뽕짝' 이라며 천대하고 '예스터데이/올 마이 트러블스 심드 소 파러웨이/나우 잇 룩스 애즈 도우…' 에 열광했던 그들도 지금은 반백이 돼 엘레지의 진가를 아는 나이가 됐다.

30년도 더 된 노래들로 비틀스가 새 천년 지구촌을 바짝 달궈놓고 있는 가운데 이미자가 다음달 중순 평양무대에 서게 된다는 소식이다. 부디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남과 북의 가슴을 뜨겁게 이어주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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