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회장 출판기념회… 1천여명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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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포니 정(Pony Chung)으로 불리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일군 정세영(鄭世永)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자서전 출판 기념회가 23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 란 제목의 이 책은 ▶노태우 정권 때 '큰형님' (현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이후 세무사찰을 받아 1천3백억원을 추징당하고▶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신축공사에 당초 예산의 두배인 4백50억원이 들었지만 청와대 압력으로 공사비를 포기한 일▶몽구(현대차 회장)씨에게 자동차를 넘겨줄 때의 심경 등을 솔직하게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노신영 전 총리, 박병석 민주당 대변인 등 정.관계 인사와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창성 경영자총협회 회장, 장치혁 고합 회장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정인영 한라 명예회장, 정순영 성우 명예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형들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을 비롯한 조카 등 일가 대부분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전화로 축하 인사를 했으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중국 출장 중이어서 나오지 못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건강이 좋아져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정세영 명예회장의 32년 자동차 인생을 기념해 만든 영상물 상영,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각중 전경련 회장의 축사 및 鄭명예회장의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鄭명예회장은 "21세기 한국 산업을 이끌어갈 후배들이 우리 세대가 겪은 경제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며 "중추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자동차 공업에 일생을 바쳐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 현 경영진에게도 많은 격려를 부탁한다" 고 덧붙였다.

鄭명예회장은 이 책에서 32년간 몸담았던 회사(현대차)를 "그렇게 해" 라는 한마디에 지난해 그만 둘 때 "형님이 늘 남들에게 나를 오너라고 소개했었기에 밤새 뒤척이면서 내가 정말 오너였는지 전문경영인이었는지 몇번이고 자문했다" 고 술회했다.

그는 현대를 떠나는 게 서운해 ▶현대그룹의 고문으로 있게 해주고▶서울 계동 본사 사무실을 쓰게 해주고▶현대차에서 나오는 신차를 매번 달라고 요청했는데 마지막 요구사항만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鄭명예회장은 "32년간 자동차 회사를 경영하면서 정도(正道)경영을 소신으로 삼아왔다" 고 회고하고 "원칙을 지키는 경영을 지향하면 어떤 시련도 이길 수 있다" 며 책을 맺었다.

황성근.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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