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불안…원화가치 연중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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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통화 불안이 심화하면서 3년 전 태국 바트화의 붕괴로부터 시작한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일부 국가에 국한됐던 외환시장의 불안이 최근 일본.한국으로 번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다수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당시와 달리 비교적 넉넉한 편인 데다 통화 불안이 어디까지나 정국 혼란에서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제2차 외환위기라고 부르기는 다소 성급한 것 같다" 고 분석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1천1백76.90원으로 전날(1천1백67.50원)보다 9.40원 하락해 연중 최저치이자 1999년 11월 17일(1천1백78원)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천1백63.50원으로 거래가 시작된 원화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달러 매물을 공급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데다 전날 낙폭이 컸던 데 대한 기술적 반등으로 오전 한때 1천1백60.50원까지 올라갔으나 오후 들어 대만달러의 폭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덩달아 급락했다.

연일 계속되는 원화 가치 하락은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쳐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12포인트 떨어진 522.33을 기록했으며, 코스닥지수도 77.13으로 1.5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주까지 달러당 1백7~1백8엔대를 유지하던 일본 엔화의 가치는 2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백9. 87엔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2일에는 한때 심리적 저지선이던 1백10엔대를 돌파했다.

한편 대만달러가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에다 정국 불안까지 겹쳐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비롯,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계속 동반 추락하고 있다.

통화불안은 주가 불안으로 이어져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지수가 전날보다 0.74% 떨어진 14, 301.31엔을 기록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것을 비롯, ▶홍콩 항셍지수 2.32%▶싱가포르 ST지수 0.17% 등 대다수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전문기관들은 아시아 통화가치의 하락을 나스닥 시장의 급락에 따라 미 투자자들이 정국이 불안한 아시아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데다 헤지펀드들이 결산기를 맞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예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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