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APEC보다 G20 먼저” 외교 설득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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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날짜 선정을 둘러싸고 힘겨운 외교 설득전이 펼쳐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인 11월 13,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회의 모두 참가하는 각국 정상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모두 9개국에 이른다. 이들의 빽빽한 일정 탓에 한국 정부로서는 두 행사가 연달아 열리도록 G20 회의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 정부는 G20 회의가 앞서 열려야 국제적 주목을 더 받는다고 판단, APEC 직전인 11, 12일 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제 외교무대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가 11, 12일 개최에 난색을 표시해 한국 측 바람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정전협정 체결일로 프랑스에서는 현충일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지난달 중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11일 방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프랑스로부터 “대통령의 종전 기념일 기념식 불참 전례가 없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프랑스를 방문, 장 다비드 르빗 대통령 외교보좌관 등을 접촉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프랑스 측으로부터 ‘다른 G20 정상들이 11일 회동에 동의한다면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의 협조로 11일 개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앞서 미국·캐나다 정상들의 11일 방한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양국에서도 이날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미군기지에서 기념식을 열 수 있고, 캐나다는 불가피할 경우 총리가 기념식에 안 가도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부는 영국 현충일이 14일이라는 점을 들어 프랑스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11월 11일이 있는 주 일요일에 기념식을 열며, 올해는 이날이 14일이다. 따라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자국의 기념식에 참석하면 15일 오후에나 한국에 도착한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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