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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내신·학력차 다 공개한 후 대책 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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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교등급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는 서울 소재 5개 대학이 1학기 수시모집 논술.심층 면접 때 정규 수업 수준으로는 풀기 어려운 국.영.수 문제를 출제, 사실상 본고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대학들도 맞불 작전으로 나서 각 고교의 학생부와 수능 성적 등 자료를 종합해 현존하는 고교 간 학력차의 실태를 공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등급제를 실시한 대학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재발 방지 방안을 요구하는 등 대학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등급제 문제를 놓고 교육부-대학-전교조가 세(勢) 대결을 벌이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2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전형이 제대로 진행될지 불안해한다. 또 학생부 위주의 2008학년도 입시안 확정이 늦어지고 있어 중3생은 특목고 진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삼자가 타협하지 않고 정면 충돌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등급제 실시의 근본적인 이유는 고교가 제공하는 내신에 학생 간 실력 격차를 살펴볼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 실태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재학생의 절반이 내신 석차 1등이고, 수.우.미.양.가 평가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에게 수를 준다고 한다. 뻥튀기 내신을 놓고 대학들이 무슨 빼어난 재주가 있어 옥석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와 전교조는 엉터리 내신을 근거로 학력차가 없다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 학생을 선발해 보면 특목고와 일반고, 강남과 비강남, 심지어 강남 내에서도 고교 간 학력차가 뚜렷하다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학에 등급제 적용 금지를 강요해 등급제 사태를 적당히 봉합하려는 교육부의 방침은 옳지 않다. 차제에 내신과 수능, 대학 입학 후 성적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해 한국 고교생의 학력을 확인한 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교육부가 고교별, 지역별 수능 성적을 공개하라. 대학들도 엄포성으로 공개 운운하지 말고 고교별 합격자 숫자 등 신입생 성적 자료와 엉터리 내신 실태를 낱낱이 밝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