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이 부시 발목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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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52)의 사망으로 곤혹스러워졌다.

1977년 영화 '수퍼맨'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리브는 95년 승마 도중 떨어져 전신마비가 됐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으로 호흡조차 하기 어려운 고통을 이겨낸 뒤 척추 불구자들을 위한 활동에 헌신해 미국인의 우상이 됐다.

그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강력히 찬성하며 케리의 정책을 지지해 왔다. 그런 그가 공교롭게도 대선을 23일 앞둔 10일 심장마비로 숨졌다. 마지막(3차) 대선 후보 TV 토론(13일)을 사흘 앞둔 시점이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해 온 부시에겐 악재다.

케리는 이미 지난 8일 2차 토론에서 리브를 거론하며 부시를 공격한 바 있다. "내 친구 리브는 자신이 다시 걷게 될 것으로 믿고 자신의 근육을 살리려고 매일 훈련한다"며 부시의 줄기세포 연구 제한 조치를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파괴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리브의 사망으로 케리는 3차 토론에서 줄기세포 문제를 또 한번 제기할 기회를 잡았다. 리브가 워낙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인 만큼 인화성(引火性)이 적잖을 전망이다. 케리는 리브가 숨진 직후 곧바로 애도 성명을 내며 바람을 잡았다.

로이터 통신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들 론 레이건이 부시의 줄기세포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케리 지지 연설을 한 데 이어 리브의 사망으로 줄기세포 문제가 또다시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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