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저우허양-양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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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승리 앞둔 周8단 서둘다 역전패

총 보 (1~201)〓양재호9단은 위기 때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45, 47의 수순착오로 점심시간 내내 자책하다가 69라는 중대한 실착을 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낙관적인 심정으로 바둑을 두어 나가고 있었다.

뒷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패배의 두려움 대신 져도 좋다는 편안함이 머리 속을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침착함의 극치' 로 알려진 저우허양8단은 74의 요소를 점령해 승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돌연 마음이 바빠졌다.

'참고도' 백1에 뛰어나가고 다시 3으로 뛰는 수는 아주 쉽다. 그리고 이것으로 형세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우허양은 모종의 고정관념에 젖어 78의 강수를 결행했는데 이점이 참 놀랍다.

梁9단은 79로 반격해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저우허양은 상대가 중앙 여섯점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 단정했는데 중국 랭킹 1위의 특급 기사인 저우허양이 이같은 고정관념의 우(愚)를 범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梁9단은 그걸 비웃듯 6점을 버림으로써 흐름을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 오랜 기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梁9단은 마침내 '세계 4강' 에 도약했다.

201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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