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떠난 지 1년, 우리 곁에 다시 온 그 목소리, 미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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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한 돌 기념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 걸린 출품작. 1991년 고 김 추기경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평화신문 제공]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남기고 간 가장 큰 선물은 허공에 뜬 사랑이 아닌 육화된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마음이 병든 이들을 치유하는 말씀의 약수였다. 그 사랑을 예술작품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한 이는 성문(聲紋) 예술가 이관영(42·한화그룹 사회봉사단 사무국장)씨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음성 파형을 활용해 ‘희망 나무(Hope Trees)’ 프린트와 조형물을 만들어 화제가 됐던 보이스프린트 아트(Voiceprint Arts)의 전문가다. 그는 추기경의 ‘사랑’을 더 멀리 퍼뜨리고 싶은 마음에 전시회를 준비했다.

18일부터 3월 4일까지 서울 삼성동 엔저빈 전시실(010-7733-8778)에서 열리는 ‘사랑, LOVE’에는 이관영씨가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음성 파형을 활용해 제작한 프린트·나무 조형물·액세서리 등이 선보인다. 김 추기경이 ‘사랑’에 관해 말할 때 생긴 물결 모양의 목소리 파형(波形) 중에서 십자가 모양을 골라 만들었다. 입체 목조각 높이는 88㎝로 추기경의 88년 생애를 뜻한다.

이씨는 “음성은 용기·치유·감동을 주는 영적인 특성을 지니는데 특히 김 추기경 목소리는 온화함과 진실함이 두터워 듣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4시부터 전시장에서 펼쳐질 개막식에서는 김 추기경의 십자가 모양 음성파형 이미지를 영성체에 사용하는 성체처럼 만들어 관람객들이 나눠 먹는 퍼포먼스도 열린다.

김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기리는 행사가 여럿 마련됐다. 3일부터 서울 명동 평화화랑(02-727-2336)에서 시작한 사진전에서는 김 추기경의 일대기를 한자리서 살펴볼 수 있는 자료사진 120여 점이 나왔다. 12일까지 전시된 후 16~28일 명동성당 들머리 야외전시로 이어진다. 울산 현대예술관(052-235-2143)에서 준비한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는 김 추기경의 미공개 사진들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종교사진 전문작가 김경상씨가 여러 해에 걸쳐 담은 기록사진으로 1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부 ‘빛과 소금’, 3부 ‘영원한 안식’으로 이뤄졌다. 10일부터 3월 1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가 찍은 마더 데레사 수녀·교황 요한 바오로 2세·콜베 사제의 사진도 함께 걸린다.

서울 합정동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는 18일부터 5월 23일까지 고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유품들을 볼 수 있다.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추모 음악회가 열린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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