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마케팅] 일본 산토리, 금주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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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술 파는 재미에 빠져 있어야 할 주류 회사가 금주(禁酒)운동을 한다.

일본 위스키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산토리는 '술 마시지 말자' 는 이색 캠페인을 15년 넘게 하고 있다.

최근 시작한 '재미있는 주도(酒道)교실' 캠페인은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하는 원샷의 위험▶술 못마시는 영업사원▶임산부의 음주 등 술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일깨 워 준다.

산토리는 술 절제 캠페인을 1984년 시작했다. 위스키를 물에 타 마시는 '미즈와리' 라는 일본식 음주문화를 창출했고 일본 최고의 주류 제조회사로 자리잡았지만 일본을 세계적인 술 소비국으로 만들며 알콜 중독과 음주 사고를 증가시킨 주역으로 지목받으면서 위기가 생겼다.

펭귄과 문어를 소재로 애니메이션 광고를 만들면서 학교 앞 문방구에 내놓은 동물 캐릭터 상품이 유치원.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자 '어린이에게 술을 팔자는 거냐' 는 여론이 형성됐고, 급기야 시민단체가 산토리를 고발하고 나섰다.

이때 산토리는 '술을 마시지 말자' 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위기탈출을 시도했다.

캠페인 1기(86~89년)는 '술, 천천히 즐겨요' 란 메시지로 샐러리맨들에게 ▶과음 주의▶공복과 음주▶간이 쉬는 날 등 '절제' 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광고 끝에 '친구여, 술은 좋은 것입니다. 오늘 밤도 천천히 적당히 즐기십시오' 라며 술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캠페인을 진행하자 사회단체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적대 관계도 풀렸다.

산토리는 91년 사내에 술과 관련한 문제를 처리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캠페인 대상은 임산부.청소년 등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람들로 확대했다.

95년까지는 ▶스포츠와 음주▶임산부와 음주▶강압적인 음주문화▶음주 후의 목욕 등으로 소재를 세분했다.

제일기획 동경사무소의 사토 리츠코는 "캠페인을 놓고 산토리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지만 술을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며 "이 덕에 산토리가 소비자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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