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본 정치] 검찰 탄핵안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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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야의 대치상황이 '벼랑끝' 으로 가고 있다. 오는 17일 국회에서 처리할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의 탄핵소추안을 놓고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2일 "(탄핵안 제출은)정치쇼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는 지경에 왔다" 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탄핵요건도 갖추지 못한 국회 권한의 남용" 이라고 맞섰다.

탄핵안 문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정국 흐름을 결정짓는 쟁점으로 등장했다. 국정과 공직사회에 대한 金대통령의 장악력과 직결된 사안으로 여권은 파악한다.

노벨 평화상과 함께 사직동팀의 폐지 이후 검찰이 맡고 있는 통치 보좌의 역할공간이 넓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金대통령의 통치권을 뒷받침하는 검찰이 '지도부 공백상태' 에 빠질 수 있다. 이는 "金대통령의 레임덕을 촉발할 수 있다" 는 게 민주당의 걱정이다.

반면 "검찰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는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의 기세에는 2002년의 그림이 한쪽에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의심을 품어왔다. 이번 기회에 검찰과 청와대의 관계를 끊어놓으면 "차기 대선 때 검찰을 중립지대로 둘 수 있다" 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특히 李총재의 과녁이 愼차장(사시9회.목포고)에게 맞춰져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愼차창은 임휘윤(任彙潤.12회.남성고)부산고검장과 함께 검찰내 호남 인맥의 대표주자. 차기 총장(임기2년)은 2002년 대선의 법적 국면을 관리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검찰 길들이기' 와 '호남 검찰총장' 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측은 이런 관측을 부인한다. DJ정권 출범 뒤 한나라당은 검찰총장 탄핵안을 네번 발의했다.

지난해 4월 당시 김태정(金泰政)총장 탄핵안은 반대(1백40명)보다 찬성(1백45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재적 과반(1백50명)을 넘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이번 탄핵안 표결에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 표결에 불참해 탄핵안을 자동폐기시키자" 는 방안도 나온다. 검찰에 반감을 가진 일부 의원들의 반란표를 걱정하고 있다. 그만큼 검찰 수뇌부 탄핵안에 얽힌 배경과 전망은 복잡 미묘하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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