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서울 온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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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제이콥스(48·사진) 퀄컴 회장이 방한해 1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와 학계·정부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유망 벤처업체를 발굴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2009년 9월 9일자 2면>

세계 최대 휴대전화 칩 업체인 퀄컴은 국내 투자 1호로 ‘펄서스 테크놀러지’라는 벤처업체를 택해 400만 달러(약 47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협정서를 이날 교환했다. 펄서스 테크놀러지는 음성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증폭하는 IT 부품 개발회사다.

제이콥스 회장은 “또 다른 투자대상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유망한 곳이 나오면 얼마든지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설 연구개발센터장에는 퀄컴에서 오디오 R&D를 맡아온 이태원 박사가 선임됐다. 퀄컴은 이 연구개발센터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연구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투자액이나 채용인원을 정해 나갈 방침이다. 제이콥스 회장은 “오늘 발표는 한국과 퀄컴이 협력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 측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투자가 지난해 한국 정부에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일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특허 로열티를 한국 기업에 부당하게 많이 받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해 왔다는 혐의로 지난해 7월 주한 외국계 기업 사상 최대인 260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제이콥스 회장은 “공정위의 결정에 절대 승복할 수 없다.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해 매출 104억여 달러의 35% 정도를 한국에서 거둬들였지만 한국에 그 과실을 떨구는 데는 미온적이었다는 평판이 있었다. 퀄컴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북미방식 디지털 이동통신(CDMA)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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