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1952~) '먼지 속으로' 부분
세상 어디에도
계속 이어지는 길은 없다고
어느 날 너는 그렇게 떠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비좁고 불편한 12시간의 비행 끝에
어딘가 있을 그 길을 찾아
바람이 만든 사막에 갔다
영원을 지키기 위해
4500년 그 먼 길을 걸어 온
스핑크스 그를 배면으로
찰칵,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는 그 순간,
낮게 그가 말했다
영원이라는 것…그것은 바람에 날아가는 먼지야
초점에 맞추어 있던 시간을 그에게 돌리자
그는 먼지 속으로/이미
돌아가고 없었다
(후략)
암처럼 깊어진 사랑을 안고 떠났던 여행, 사막 위에서 스핑크스를 보고,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한 방울 먼지라는 것을 고통스럽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밤 사막에선 여우라도 컹컹 울었을까? 개밥바라기 별이라도 주우며 엎질러진 영혼을 모래무덤에 묻고 사막 한 채를 다 적시고 텅 빈 가슴으로 바람처럼 돌아왔을까.
송수권<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