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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업에 놀랐어요" 김해농고 학생들 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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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김해농고생들이 랴오닝성 훈허농장에서 다수확 품종 벼를 살펴보고 있다. [김해농고 제공]

"놀러가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갔다가 뒤통수를 맞고 온 기분이에요."

김해농업고 학생 23명이 10일 펴낸 '중국 농업견문기'의 일부분이다. 학생들은 지난달 13 ~ 20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천양(沈陽)시 일대 벼 생산농장과 목장.우유회사 등에서 견학과 실습 등을 했다.

"중국의 농.축산물 가운데 우리보다 나은 게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장춘(19)군은 천양시 훈허(渾河)농장에서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있는 벼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했다.

우리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지만 '요갱'으로 불리는 이 벼는 익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햇볕을 잘 받을 수 있어 병해충에도 강하고 생산량도 많다는 것. 생산량은 300평당 1300 ~ 1400㎏으로 우리나라 벼의 400 ~ 650㎏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군은 중국이 이 품종을 개량해 300평당 생산량을 1800㎏까지 늘리려 한다는 설명을 듣고 더욱 놀랐다.

훈허농장 인근 목장에서 젖 짜는 실습을 한 김상한(18)군은 소를 가축으로 보지 않고 사람처럼 대하며 기르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김군은 젖을 짜면서 목장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소야, 새끼에게 줄 젖을 빼앗아 미안하다. 대신 좋은 먹이를 줄게"라고 중얼거려야 했다.

목장과 붙어 있는 유가공 공장에선 최신 자동화 설비를 통해 하루 400t의 우유로 요구르트 등 55가지 유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김희연(19)양은 "한국시장을 위협하는 중국 제품은 공산품만이 아니다. 중국정부의 농업정책이 속도를 내면 우리 농.축산물은 설 땅이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학생들은 또 중국의 김치공장에서 김치 담그는 실습을 했다. 중국에서 가장 큰 훈허농장 김치공장에서는 모두 38가지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김치 소비가 늘면서 이 공장의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이 공장의 한 간부는 "김치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사스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지영(19)양은 "김치 종주국은 한국인데 이를 자신의 것으로 설명하는 중국인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해농고 박희구 교장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중국산 농산물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중국 농업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학생들이 받은 자극이 한국의 농.축산물 경쟁력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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