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바로 보자] 후반기 개혁전략 5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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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① 개혁목표를 작고 명료하게 잡아라. 4대 부문 중 금융개혁 하나만이라도 완벽하게 하라.

② 관료들을 움직여라.

③ 전문가.비판세력의 능력있는 인사를 발탁하라.

④ 경제위기는 야당과 손잡고 헤쳐나가라.

⑤ 레임덕(임기 후반 권력누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부정하지 말고 관리하라. 이 다섯 가지는 '위기 바로 보자' 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자문에 응했던 정치.경제.사회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집권 후반기를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권력누수▶개혁 피로감▶관료들의 복지부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를 잘 관리하고 극복해야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 으로 남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 "후반기 개혁은 짧고 강하게" 〓서울대 박찬욱(朴贊郁.정치학)교수는 "金대통령의 개혁그림을 보면 5년단임의 소수정권이란 측면에서 개혁의 지평과 목표가 크다" 고 개혁전선의 재정비론을 제기했다. "할 수 있는 것만 짜임새있게 속전속결하라" 는 주문이다.

김영삼(金泳三)정권 출신의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청와대는 본능적으로 집권 후반이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

YS도 임기 초반의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가 결국 개혁과제를 재정비할 시점을 놓쳤다" 고 지적했다.

그러다가 임기말에 노사.금융개혁을 하려다 힘이 떨어져 그대로 IMF외환위기 상황을 맞았다는 것. 그는 "YS정권 후반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집권 후반기에 맞는 개혁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고 강조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도 "개혁타깃을 더 줄여야 한다. 금융분야 하나만 제대로 해도 金대통령의 업적은 인정될 것" 이라며 "청와대.내각의 보좌조직을 충성심 위주에서 전문성.실력 위주로 바꿔야 국민적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개혁의 재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발탁의 필요성은 YS후반기의 청와대 수석을 지낸 서울대 박세일(朴世逸.국제지역원)교수도 강조했다.

민주당 동교동계의 한 인사도 "엄청나게 커진 金대통령의 활동공간을 동교동계나 소수 민주당이 메울 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 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경제위기에 관한 한 정치권 공동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만제(金滿堤)의원은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 개혁을 하자는데 여야간 큰 시각차가 없다" 고 했다.

◇ "관료를 뛰게 하라" 〓집권 후반기 들어 관료사회의 행태 중 하나가 눈치보기다. 따라서 관료사회가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서울대 朴교수는 "청와대의 참모나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몇몇 장관들이 공무원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며 "관료들이 소명감을 갖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료사회 내부의 비공식적인 출신지 정치.연줄정치.인맥정치가 타파돼야 한다" 고 말했다.

◇ 소수정권의 개혁전략〓무엇보다 집권 후반기의 개혁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치권 관리에 적절한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개혁을 뒷받침하는 국회의 효율성 확보가 절실하다" 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여야 사이에 쌓인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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