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었다! 한국축구 박주영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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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박주영(고려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9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체라스스타디엄에서 열린 2004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 결승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의 승리로 2회연속 우승을 기록한 한국청소년대표팀이 우승컴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콸라룸푸르=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일자 본지가 '고교축구 大朴(대박) 떴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던 당시 청구고 3년 박주영. 그해 네 차례 전국 고교대회의 득점왕을 휩쓸며 '초고교급 골잡이'로 이름 날리던 그였다. 그 1년 뒤인 지난 9일 박주영은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와 득점왕(6골)을 차지했다. 예비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로 우뚝 선 것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은 대회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차지했고, 박성화 감독은 정조국(서울)을 앞세운 2002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이뤘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체라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결승전은 박주영을 위한 무대였다. 최근 한국에 3연승, "공한증(恐韓症)은 없다"고 큰소리쳤던 중국은 박주영에게 그림 같은 두 골을 내주며 0-2로 무너졌다.

전반 37분 박주영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슈팅을 할 듯 말 듯 교묘한 드리블로 중국 수비 네명을 농락한 뒤 오른 발목을 크게 꺾어 골문 왼쪽을 파고드는 대각선 슛을 성공시켰다. 볼 컨트롤.드리블.유연성.슈팅력 등 박주영의 진면목이 한꺼번에 발휘된 장면이었다. 이어 6분 뒤 김승용(서울)의 스루패스에 살짝 오른발을 대 골키퍼가 꼼짝 못하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축구인들은 그에 대해 '황선홍을 이을 스트라이커'라고 기대감을 갖는다. 아니 오히려 "황선홍을 능가할 재목"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황선홍의 골감각.시야와 위치 선정 감각 등을 그대로 갖춘데다 황선홍에게 부족한 '스피드'가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조민국 감독은 "대학에 와서 스피드가 더 좋아졌다. 입이 짧은 탓에 키(1m82cm)에 비해 체중(71kg)이 덜 나간다. 잘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 파워를 기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본 J-리그 팀들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친 박주영은 내년에 K-리그로 진출할 계획이 있다. 그를 모셔가기 위한 프로팀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고1 때 브라질에 1년간 유학을 보내준 포항 스틸러스는 "당연히 우리 선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항은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FC 서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은 청소년대표팀 콤비 김승용과 함께 '차세대 최강 투톱'을 엮겠다는 생각이다. 수원 삼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감독과 선수들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해단한다. 박주영은 1주일간 대구 집으로 휴가를 간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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