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펀드 평가 2004년 3분기] 운용사별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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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제껏 세 차례 이뤄진 중앙일보의 펀드 평가 결과를 보면 운용회사들의 실력 차이가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1~3년 장기 수익률이 좋은 운용사들은 대체로 분기별 성적도 괜찮았다.

◆ 운용사별 주특기 드러나=펀드평가가 거듭될수록 운용사들의 강점 분야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계 운용사인 SEI에셋운용은 배당주 투자에 탁월한 면모를 보여줬다.

최근 배당주 강세에 힘입어 SEI에셋은 성장형.안정성장형.안정형 등 3개 부문 모두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다. 현재 이 회사 성장형 펀드들의 상위 5대 편입종목은 LG화학 우선주, 현대차2우선주B, 대한전선, 포항강판, CJ우선주로 배당수익률이 6~7%대다.

이 회사 펀드엔 3년 이상 장기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도 많다. 오재환 이사는 "저금리 속에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배당주가 각광 받은 것이 고수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영국계인 PCA투신은 올해 공격적인 주식 투자에서 선전하고 있다. 분기별로 고루 좋은 성적을 내면서 1년 수익률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시장 대응력이 돋보인다. 4월 이후 하락장에서 정보기술(IT)주를 줄이고 내수주로 교체하더니, 8월 이후로는 대형 우량주 편입비중을 다시 늘렸다.

다만 SEI에셋과 PCA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운용 규모가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펀드 몸집이 작다 보니 배당주 등 중소형주를 기동력있게 편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LG투신은 안정성장형과 안정형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특히 3년 수익률은 두 유형 모두 1위에 올랐다. CJ자산은 인덱스형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분기와 상반기에 이어 9개월 수익률도 1위에 올랐다.

대한투신은 채권형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분기는 물론 1년, 3년 장기 수익률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공격적으로 카드채.캐피탈채.회사채에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이 회사 권경업 본부장은 "애널리스트와 공인회계사로 자체 신용분석팀을 구성하는 등 저평가된 회사채 발굴 능력을 강화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 밖의 대형 운용사의 경우도 비교우위 분야가 보인다. 삼성투신은 올해 성장형에선 재미를 못 봤지만 안정형에선 좋은 성적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은 성장형(4700억원대) 장기 투자에서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한국투신은 성장형에선 부진하지만, 채권형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 장기로 갈수록 수익률 격차 커져=장기투자가 고수익 비결이긴 해도 운용사별 격차는 결코 작지 않다. 성장형의 경우 3분기만 보면 수익률 1위(SEI에셋, 12.1%)와 최하위(삼성투신, 0.5%)의 차이는 12%포인트 정도였지만, 3년 수익률의 경우 1위(SEI에셋, 181.9%)와 최하위(한일투신, 60.6%)의 차이는 120%포인트나 됐다.

미미한 차이도 장기간 누적되면 큰 격차가 되는 것은 인덱스형이나 채권형을 보면 더 뚜렷해진다. 인덱스형은 분기별 수익률 차이가 최대 2%포인트 정도로 크지 않지만, 3년 격차는 무시 못할 수준이 된다. LG투신(103.1%)과 푸르덴셜운용(79.7%)의 차이는 20%포인트가 넘었다.

채권형의 운용사별 수익률 차이도 1년을 놓고 보면 1~2%포인트로 벌어진다. 3년 수익률로 확대하면 대한투신(16.6%)과 랜드마크투신(12.8%)의 차이가 3.8%포인트에 달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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